[대구/경북/달라도 다함께]“한국-중국 발전 이어주는 다리 될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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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7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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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가족 병재의 꿈

이병재 군이 어머니와 함께 중국어를 공부하고 있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이병재 군이 어머니와 함께 중국어를 공부하고 있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한국과 중국의 발전에 도움이 되는 사람으로 성장했으면 하는 마음뿐입니다.” 21일 오후 경북 구미시 오태동의 한 주택 2층. 오래되고 좁은 거실에서 이병재 군(10·구미오산초교 3년)이 어머니 강금자 씨(37)와 중국어 공부를 하고 있었다. 더운 바람이 나오는 선풍기 한 대가 돌아가는 후덥지근한 분위기였지만 이 군은 즐거운 표정으로 어머니와 중국어로 이야기를 했다.

이 군은 최근 신HSK(중국어 공인평가시험) 4급에 합격했다. 1, 2급은 1학년 때 합격하고 지난해 3급을 통과했다. 6급까지 있는 이 시험에 4급은 웬만한 일상어는 별 지장 없이 읽고 쓰고 말할 수 있는 수준이다. 이 군은 “열심히 공부해서 나중에 엄마가 태어난 나라에 가서 친구들도 사귀고 싶다”고 말했다.

이 군은 중국 출신 엄마 덕분인지 초등학교 입학 전부터 한자에 유달리 관심이 많아 익히는 속도도 빨랐다. 7세 때 대한검정회(KTA)가 주관하는 한자급수자격시험 1급에 합격했다. 1급 실력은 한자 3500자를 읽고 쓰고 활용하는 수준이다. 한자를 꽤 아는 성인도 쉽지 않다.

가정형편 탓에 학원에 다니기도 어려운 이 군이 한자와 중국어에 남다른 실력을 쌓고 있는 것은 어머니의 정성어린 교육 덕분이다.

지린(吉林) 성 둥펑(東豊) 현 출신인 어머니 강 씨는 고향에서 고교를 중퇴하고 산둥(山東) 성 칭다오(靑島) 등지 한국 기업에서 직장생활을 하다 2002년 구미 출신 남편과 결혼했다. 구미에 정착한 그는 직업이 없이 오직 아들 교육에 전념했다. 남편의 월급 130만∼150만 원 이외에는 전혀 수입이 없다. 강 씨는 “천자문을 빨리 익히는 것을 보고 한자나 중국어에 소질이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함께 공부를 시작했다”며 “학원 한 곳 보낼 수 없는 형편이어서 집에서만 공부하지만 열심히 해주니 고맙고 미안하다”고 말했다.

이 군은 1, 2학년 때는 학교 방과후교육 주산반에 참여했다. 다문화가정 자녀여서 학교에서 연간 36만 원짜리 수강권을 지급해 가능했다. 이때 익힌 주산 실력으로 주산경시대회에서 여러 차례 상을 받았다. 그러나 올해는 수강권 지급이 중단됐다. 1학년 때는 학교에서 연락이 와서 수강권을 받았는데 3학년에 올라오자 아무 설명도 없이 지원 대상이 아니라는 휴대전화 문자메시지가 왔다. 지금은 월 2만 원을 내고 방과후교육으로 주산 공부를 하고 있다.

강 씨는 “병재가 고교생이 되면 한국 대표로 국제중국어대회에 출전하고 훗날 세계무대에서 일했으면 좋겠다”며 “그때를 생각하면서 함께 꿈을 키우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대구#경북#다문화#다문화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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