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학술지에 줄기세포 연구사진을 중복 게재하는 등 각종 의혹을 받고 있는 서울대 수의대 강수경 교수팀의 논문에 국내 줄기세포계의 리더급 연구자들이 다수 참여한 것으로 밝혀졌다. 강 교수팀에 제기된 의혹이 사실로 밝혀지면 이들 역시 공저자로서의 책임을 피하긴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익명의 제보자가 문제 삼은 논문 14편 가운데는 국내 줄기세포 정책 결정에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서울대 수의대 강경선 교수와 3월 종료된 교육과학기술부 세포응용연구사업단을 이끌었던 연세대 의대 김동욱 교수 등이 공저자로 참여한 논문이 포함돼 있다. 서울대가 강 교수팀에 대한 조사에 착수하면서 강 교수뿐 아니라 공저자로 참여한 연구자들도 조사 대상에 포함될 예정이다.
이에 강경선 교수는 “의혹이 제기된 논문 5편에 공저자로 포함됐지만 성체줄기세포를 분리해 강수경 교수팀에게 제공했을 뿐, 실질적인 실험에는 전혀 참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김동욱 교수도 “강수경 교수팀이 2010년 미국 공공과학도서관 학술지(PLoS ONE)에 발표한 논문에서 강 교수의 요청으로 배아줄기세포를 배양해 줬을 뿐, 다른 연구나 실험에는 참여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서울대는 30일 이준구 위원장(경제학부 교수)을 중심으로 연구진실성위원회를 개최한 뒤 강 교수팀에 대한 진상 조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드러난 사실만으로도 조사할 이유가 충분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규정에 따르면 위원회는 18일 내로 예비조사를 실시하고, 예비조사결과보고서를 작성한다. 이를 토대로 본조사를 할지 여부를 결정한다. 예비조사 과정에서 △부정행위가 명백하거나 △피조사자가 사실을 인정했거나 △제보가 허위일 경우는 본조사를 하지 않는다.
위원회는 이날 학내의 줄기세포 전문가 3인을 위원으로 위촉하고 예비조사를 시작했다. 이 위원장은 “사안이 중대하다고 여겨 예비조사를 생략하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엄밀히 검증하기 위해 공식적인 절차를 따르기로 했다”고 말했다.
서울대 연구처장인 이준식 기계항공공학부 교수는 “예비조사는 빠르면 2∼3일 내로 끝날 수 있지만 이후 본조사를 하면 결과가 나오기까지 빠르면 2개월, 늦으면 6개월이 걸릴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대 연구진실성위원회는 황우석 박사팀의 논문조작 사건을 계기로 2006년 처음 설치됐다. 현재 위원회는 인문대, 사회대, 자연대, 공대, 농생대, 법대, 의대 등 7개 단과대 교수 1인과 연구처장, 교무처장을 포함해 9인으로 구성됐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이용석 생명복지조정과장은 “조사 결과, 의혹이 사실로 판정나더라도 일부 연구자의 잘못이 줄기세포계 전체에 영향을 주는 일은 방지해야 한다”면서 “이번 일을 줄기세포 연구계가 더욱 엄밀한 자정 노력을 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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