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교육, 인터넷 통한 문제해결 능력으로 평가해야”

  • Array
  • 입력 2012년 5월 23일 03시 00분


코멘트

교육평가 전문가 호주 그리핀 교수 - 싱가포르 치아 호른문 국장 “지필고사 변화” 주장

패트릭 그리핀 호주 멜버른대 교수
패트릭 그리핀 호주 멜버른대 교수
“지식정보화 사회의 인력을 키우려면 평가 방식을 바꿔야 합니다.”

최근 세계적으로 지식 위주의 교육에서 벗어나 역량을 키워주는 교육으로 전환하려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평가는 여전히 지필고사 방식의 한계를 뛰어넘지 못하고 있다. 이런 문제에 공감하는 세계 교육 전문가 250여 명은 새로운 평가 방식을 만들겠다는 목표로 2009년 ATC21S(Assessment & Teaching of 21st century skills)라는 연구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정보화 사회의 인재 양성에 관심을 보인 시스코, 인텔, 마이크로소프트사가 이를 후원했다.

ATC21S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패트릭 그리핀 호주 멜버른대 교수와 치아 호른문 싱가포르 교육부 국장이 APEC 교육장관회의 참석차 21일 방한했다. 그리핀 교수는 프로젝트를 처음부터 이끌어 왔으며 치아 국장은 연구결과를 실제 교육정책에 반영하고 있다. 이들은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21세기에 필요한 기술을 평가하는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ATC21S는 지식정보화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기술로 협동 문제해결력과 정보통신기술(ICT) 이해능력을 꼽았다. 그리핀 교수는 “이 두 가지 기술 안에는 창의력, 비판적 사고, 학습능력, 의사소통능력 등 현대사회에서 필요한 역량이 모두 포함돼 있다. 우리는 이 두 가지를 ‘21세기 기술’이라고 부른다”고 했다.

그들은 학생 개개인의 21세기 기술을 평가하기 위해 온라인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방법을 고안해냈다. 예를 들어 교사가 그룹 과제를 내주면 학생들은 인터넷 사이트에 접속해서 과제를 해결해 나간다. 사이트에는 학생이 언제 접속해서 어떤 일을 했으며 얼마나 정확하게 과제를 해냈는지 기록이 남는다. 컴퓨터는 기록을 자동으로 검토해 개개인의 우수한 점과 부족한 점을 자세히 평가한다. 그 결과에 따라 교사는 이후의 교육과정을 유연하게 조정해나갈 수 있다.

이 평가 방식은 미국, 핀란드, 싱가포르, 호주, 네덜란드, 코스타리카에서 시범 운영되고 있다. 다양한 언어와 문화적 배경을 가진 국가에서 운영해 본 뒤 세계 어디서나 통하는 평가 방식을 만들기 위해서다. 이들은 올해 말에 프로젝트가 끝나면 모든 자료를 공개해 어느 국가, 단체에서든지 사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2015년에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하는 ‘학업성취도 국제비교연구(PISA)’에도 이러한 평가 방식이 도입된다. PISA에서 높은 순위를 차지하려면 국가적으로 21세기 기술을 키우는 교육을 해야 한다는 의미다.

치아 호른문 싱가포르 교육부 국장
치아 호른문 싱가포르 교육부 국장
21세기 기술 평가가 대학입시와 같은 학생 선발에도 활용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치아 국장은 “가능하다”고 답했다. 싱가포르도 한국처럼 대학에 가기 위한 국가시험이 있고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당장은 쉽지 않지만 이미 몇몇 대학과 학과에서는 역량을 평가해 선발하고 있다는 것. 그는 “전문직을 길러내는 전공에서는 뛰어난 학생을 뽑기 위해 시험점수 외에도 협동능력이나 문제해결력을 보기 위한 방법을 동원한다”고 했다.

그리핀 교수는 “지금은 학생 선발을 위해 평가를 하지만 앞으로는 학생의 능력을 파악해 발전시키기 위한 평가가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며 “ICT가 발달하면서 교사는 정보제공자 역할이 아니라 학습을 촉진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주=남윤서 기자 baron@donga.com
#지식정보화#그리핀#호른문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