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윤상호]軍 통수권자 기다리는 ‘천안함 2주기 추모식’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3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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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정치인들에게 초청장을 보냈는데 오늘까지 참석을 통보한 사람은 단 1명입니다. 벌써 천안함의 아픔을 잊은 건지….”

국가보훈처 관계자는 19일 썰렁한 천안함 2주기 추모 분위기를 아쉬워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보훈처는 김황식 국무총리 주재로 26일 국립대전현충원에서 거행되는 천안함 46용사와 한주호 준위 2주기 추모식의 초청장을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과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를 비롯한 각 당 대표 등에게 보냈지만 아직까지 별다른 답을 받지 못했다.

보훈처는 ‘아직은 시간이 있으니 좀 더 기다려 보자’면서도 추모식이 4·11총선 선거운동기간과 겹쳐 지난해의 참석 수준에 크게 못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더욱이 정부와 모든 공공기관이 추모식 날 열리는 서울 핵안보정상회의에 매달리는 터라 추모 열기는 좀처럼 달아오르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주기 추모식에 참석해 천안함 46용사 유족들을 위로했던 이명박 대통령도 올해엔 불참하기로 했다. 세계 50여 개국 정상이 참석하는 핵안보정상회의를 주관하고, 20여 개국 정상과의 빡빡한 양자회담 일정 때문이라고 한다. 지난해 추모식엔 이 대통령을 비롯해 대법원장과 헌법재판소장, 중앙선거관리위원장, 장관 여러 명이 참석했다.

군 고위 관계자는 “이 대통령의 불참으로 정부 주요 인사와 장관도 불참하는 사례가 많을 것으로 보인다”며 “군 통수권자가 빠진 추모식 분위기가 예년 같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적의 기습을 받아 차가운 백령도 앞바다에 수장된 천안함 46용사의 2주기를 이렇게 무심히 넘겨도 되는 것일까. 이 대통령이 바쁜 일정을 쪼개서라도 추모식에 참석하는 것은 어떨까. 추모식 전날, 아니면 그 며칠 전이라도 천안함 46용사의 묘역에 헌화하면서 국민적 관심을 촉구하는 군 통수권자의 모습을 기대하는 것은 과한 욕심일까.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8월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델라웨어 주의 도버 공군기지로 날아가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의 로켓포 공격으로 숨진 30명의 미군 장병 유해를 직접 맞이해 전 세계에 깊은 감동을 줬다.

그런 점에서 이 대통령이 핵안보정상회의에 참석하는 각국 정상들에게 천안함 2주기의 의미를 설명하고 국제적 관심을 촉구하는 것은 대한민국의 국격(國格)을 높이는 지름길이라고 본다. 나아가 대한민국이 국가를 지키다 산화한 영웅들을 영원히 잊지 않는 ‘보훈선진국’임을 전 세계에 깊이 각인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아닐지….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gn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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