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이 사람]변호사 개업한 사법시험 사상 최고령 합격자 박연재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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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3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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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갑 앞둔 새 도전… 지역사회 봉사서 답 찾을 것”

“우리 주위에는 법으로부터 소외된 이웃이 많습니다. 어렵게 법조인의 길에 들어섰는데 이들을 위해 뜻있는 일을 하고 싶어요.”

12일 광주 동구 지산동에서 변호사 사무실을 연 박연재 변호사(60·사진)는 사법시험 사상 최고령 합격자이자 사법연수원 최고령 수료자다. 2010년 사법연수원 41기로 입소해 2년간 연수를 마치고 개업한 박 변호사는 “아들딸 또래의 연수원생들과 경쟁하면서 체력이 달려 고생 좀 했다”고 웃었다.

환갑을 앞둔 나이에 변호사가 된 그의 인생은 한마디로 드라마틱하다. 1970년 전남대 법대에 수석 입학한 그는 부정선거 규탄, 중앙정보부 폐지 등을 요구하는 시위에 가담했다는 이유로 무기정학 처분을 받았다. 1981년 23회 사법시험에 합격했지만 과거 시위 전력을 이유로 3차 면접에서 탈락해 법조인의 꿈이 좌절됐다. 이듬해 1·2차 필기시험을 면제받고 면접시험을 봤지만 또 낙방했다. 이후 박 변호사는 30년 동안 방송사 기자로 살았다.

무너진 그의 꿈이 다시 피어난 것은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의 권고였다. 위원회는 2007년 시위 전력으로 사법시험 면접에서 탈락한 응시자 5명에게 연수원 입소 기회를 주도록 법무부에 권고했다. 이듬해 1월 박 변호사는 3차 면접을 다시 본 뒤 합격 통지서를 받았다. 2010년 KBS 광주방송총국 심의위원을 끝으로 정년퇴임하고 사법연수원에 들어가 예비 법조인의 길을 걸었다. 박 변호사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계속되는 수업과 시험, 밤늦게까지 이어지는 복습과 세미나 등 일정을 따라가기가 쉽지 않았지만 연수원과 동기 연수생들의 배려로 무사히 수료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법조인 가족이다. 딸(33·수원지검 안양지청 검사)과 사위(37·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연수원 38기와 39기로 그의 법조계 선배다. 며느리(29)는 올해 43기로 연수원에 들어갔다.

박 변호사는 “나이가 들어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 만큼 지역사회에 어떻게 봉사할 것인지를 고민하며 살겠다”고 말했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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