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고 다가가 이름을 불러주니… 그들은 ‘꽃’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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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3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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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범학교로 바꾸기 어렵지 않아요”… 서울 신도고-원묵고 사례

반말에 욕설에 흡연. 여기다 공부를 못하는 학생투성이다. 서울 은평구 신도고는 지난해 개교 직후 어수선했다. 지금은 달라졌다. 김정일 교장(가운데)과 교사들이 학생에게 존댓말을 쓰며 솔직한 얘기를 많이 나눈 결과였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반말에 욕설에 흡연. 여기다 공부를 못하는 학생투성이다. 서울 은평구 신도고는 지난해 개교 직후 어수선했다. 지금은 달라졌다. 김정일 교장(가운데)과 교사들이 학생에게 존댓말을 쓰며 솔직한 얘기를 많이 나눈 결과였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학교폭력과 문제학생에 대한 해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교사가 학생에게 관심을 기울이고 믿어주고 기다리기. 서울 은평구 신도고와 도봉구 원묵고는 이런 평범한 원칙으로 학교 분위기를 바꿨다.

○ 친근하게 이름 불러주고 대화

“쌤, 쉬 마려운데요?” “수업 얼마 안 남았으니까 조금만 참아.” “에이씨…저 싸요? 지퍼 내립니다.”

신도고에서 1년 전만 해도 흔히 볼 수 있던 모습이다. 지난해 개교했을 때는 “지역 내 문제학생이 모두 왔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신입생 330명 중 26%가 내신 하위 90%에 속했다. ‘불광동 휘발유’로 불리는 중학생들이 신설 학교에서 세력을 잡으려 한다는 얘기도 들렸다.

예상대로 조용할 날이 없었다. 여교사한테 욕을 하거나 대드는 것은 기본. 교내에서 담배를 피우고 침을 뱉고 쓰레기를 날리는 학생도 많았다. 다른 학교에서 학생부장만 10년 정도 했던 강종엽 교사도 혀를 내둘렀다. 이런 애들은 처음이라고, 너무 힘들다고.

김정일 교장(56)은 다그치지 않았다. 믿어주고 대화하면 스스로 바뀐다고 믿었다. 그는 담배를 피우거나 문제를 일으킨 학생들을 저녁에 불렀다. 학교 5층 테라스에서 직접 기른 상추를 내놓고 고기를 구웠다. 식사를 하면서 한 명 한 명의 이름을 부르고 얘기를 나눴다.

김 교장은 “문제학생들은 대부분 가정 형편이 어렵고 관심을 받아보지 못했다. 친근하게 다가가니까 무조건 치켜뜨던 눈빛이 달라지기 시작했다”고 했다.

존댓말 수업도 도입했다. 처음에는 학생도 교사도 어색해했다. 하지만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예전에는 교사가 “너 수업 시간에 뭐 하는 거야? 자리에 안 앉아?”라고 소리를 치면 학생들은 “뭔 말이 이렇게 많아. 에이씨…”라고 했다. 교사가 “왜 이러세요. 수업시간에 이러시면 안 되잖아요”라고 하니 더는 불꽃이 튀지 않았다.

○ 존중받는다는 생각에 변화

일부 교사는 불만이었다. “교장선생님이 애들을 너무 무질서하게 키운다” “수업을 안 들어가니 모르는 거다. 당해 보라”고 했다. 하지만 김 교장은 “고등학생들은 인지 능력이 있기 때문에 어느 범위를 벗어나면 혼난다는 것을 안다. 믿어주고 기다려주면 된다”고 했다.

1학년 박모 군은 “우리를 존중해 주니까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2학년 송모 군은 담배를 피우다 세 번 걸려서 지난해 전학을 갔다가 이번에 돌아왔다. 물론 담배는 끊었다. 그는 “나를 믿어주는 학교를 실망시키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상고 특성화고 일반고에서 9년간 상담교사로 활동한 원묵고 우지향 교사(44·여)도 학생들에 대한 존중과 신뢰를 강조한다.

일진으로 이름을 날리던 A 군이 있었다. 그가 휘두른 주먹에 같은 반 아이가 실신을 하자 퇴학을 당하게 됐다. 우 교사는 징계보다는 상담과 사회봉사가 먼저 필요하다고 학교를 설득했다.

A 군은 인간적으로 자신을 대하는 교사에게 머리를 숙였다. 초임 여교사였던 담임과의 관계도 좋아졌다. 담임교사는 자기보다 덩치가 크고 욕과 주먹질을 일삼는 A 군을 피했고, A 군은 담임이 자기를 싫어한다고 생각했다.

우 교사가 중간에서 다리를 놓았다. 솔직하게 속마음을 얘기하도록 분위기를 만들었더니 A 군은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따뜻한 심성을 가진 학생으로 변했다. 우 교사는 “교사가 제자에게 진심으로 다가서면 아이들은 반드시 알아차리고 변한다”고 말했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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