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신문 칼럼 제대로 읽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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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3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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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 단어만 콕콕 골라내 내 방식으로 다시 써볼까

동아일보 2월 24일자 A35면.
동아일보 2월 24일자 A35면.
《 전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전략과 전술을 잘 짜야 합니다. 기업도 마찬가지입니다. 성공한 기업은 전략과 전술이 확실합니다. 글을 읽을 때도 전략과 전술이 필요할까요. 대학 시절 국문과의 어느 교수님 말씀이 기억납니다. 책을 읽는 술책을 알아야 한다고 하셨지요. “조교수가 되기 전까지는 그 술책을 알지 못했지. 내가 좀 더 일찍 알았다면 훨씬 즐겁게 학문 활동을 했을 거야.” 당시에는 술책이라는 말이 참 낯설었습니다. 장사꾼이 쓰는 말 같아서였죠. 선생님은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      
“사람들은 집중해서 책을 읽기 어렵다고 말하지. 그건 술책이 부족해서 그래. 술책을 쓰면 정말 재미있게 글을 읽을 수 있어. 작가는 멋진 제목을 끌어내는 데 많은 시간을 투자하지. 나는 책을 읽기 전에 제목을 들여다보고 많은 상상과 생각을 하지. 설렘과 긴장감이 일면서 집중력이 생겨 책에 빠져 들게 돼.”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면, 교수님은 전체를 조망한 다음에 글을 읽는 톱다운(Top-Down) 전략에 대해 말씀하셨던 겁니다. 우리는 신문을 읽을 때 이런 방법을 주로 활용하지요. 하지만 신문기사 내용이 좀 어려워 잘 이해되지 않는다면 좀 더 구체적인 전술이 필요합니다.

동아일보 2월 24일자 A35면에 실린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데이비드 브룩스의 ‘새로운 재능이 요구되는 시대’라는 글을 예를 들어볼까요. 오늘은 스키밍(Skimming) 방법으로 읽고, 패러프레이즈(Paraphrase)해서 글을 써보는 방법에 대해 얘기를 해볼게요. 글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면서 글의 맛을 깊이 느낄 수 있을 거예요.

1. 스키밍 방법으로 읽기


지방을 빼버린 우유를 탈지유(Skim Milk)라고 합니다. 글에서 지방을 빼버리면 무엇이 남을까요. 중심생각만 남을 겁니다. 그래서 글을 읽기 전에 글의 중심생각만 골라 먼저 읽는 방법을 스키밍이라고 해요. ‘새로운 재능이 요구되는 시대’라는 글의 첫 단락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현재 우리는 개인주의가 절정에 이른 시대에 살고 있다. 몇 세대 전만 해도 결혼하지 않은 여성이 아이를 낳는 건 수치스러운 일이었으나 최근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듯이 미국에서 30세 이하 산모 가운데 홀로 아이를 낳아 키우는 싱글 맘이 이미 절반을 넘어섰다.’

이 단락을 스키밍 방법으로 읽으면 어떻게 정리할 수 있을까요. ‘현재 우리는 개인주의가 절정에 이른 시대에 살고 있다’는 문장이 중심생각이 되겠죠. 단락 하나를 더 예로 들어볼게요.

‘시대의 흐름은 분명하다. 50년 전 미국인들은 안정적이고 끈끈한 사회적 관계를 원했다. 관계 자체에서 삶의 이유를 찾았다. 오늘날 사람들은 훨씬 다양하고 유동적인 관계를 통해 자유를 만끽한다. 억지로 관계를 맺거나 지속하려 들지 않는다. 가장 중요한 건 개인의 만족이다.’

이 단락의 중심생각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을 겁니다. ‘50년 전에는 끈끈한 사회적 관계를 원했다. 오늘날에는 억지로 관계를 맺거나 지속하려 들지 않는다. 가장 중요한 건 개인의 만족이다.’

2. 패러프레이즈하기


어떤 글을 바꿔 쓰는 일을 패러프레이즈라고 해요. 원 작가의 글을 내 문장으로 다시 만드는 거죠. 표현은 조금 달라지지만 글의 내용은 같아야 합니다. 패러프레이즈를 연습하면 내가 글을 얼마만큼 잘 이해했는지 알 수 있어요. 좋은 기사나 칼럼을 패러프레이즈하다 보면 글쓰기 실력이 부쩍 늘게 됩니다.

카드를 준비해서 ‘새로운 재능이 요구되는 시대’ 글을 패러프레이즈해 보세요. 아래 카드 8장에 ‘새로운 재능이 요구되는 시대’의 요지가 잘 드러나는 문장을 골라 적어놓았습니다. 나머지 백지 카드 8장에 예문처럼 패러프레이즈해서 내 문장으로 써 보세요.

3. 한 걸음 더: 비교하며 읽기

동아일보 2월 22일자 B7면을 보니 ‘페이스북 평판이 곧 인격, 사생활의 종말은 진화다’라는 글이 나옵니다. 이 글을 위에서 얘기한 칼럼 ‘새로운 재능이 요구되는 시대’와 비교하세요.

‘페이스북 평판이 곧 인격, 사생활의 종말은 진화다’를 글 A, ‘새로운 재능이 요구되는 시대’를 글 B라고 하죠. 둘 다 읽었으면 생각이 같은 사람끼리 모둠을 만드세요. 글 A에 공감하는 사람끼리, 또 글 B에 공감하는 사람끼리 모여서 수다를 떨듯이 얘기를 나누세요.

정태선 동화작가 책끼읽끼 소장
정태선 동화작가 책끼읽끼 소장
다음은 토론입니다. 글 A에 공감하는 2명과 글 B에 공감하는 2명이 한 모둠을 만들어 10분간 토론하는 겁니다. 다시 각자가 원래의 모둠으로 돌아가 자신의 의견을 더욱 더 강화시키는 시간(7분)을 갖고, 다시 토론을 하세요.

이런 과정을 세 번 정도 거친 다음에 현대사회의 특징을 바라보는 관점이 어떻게 다른지 도표로 만들어 보세요. 토의하고 토론하며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 ‘현대사회의 모습과 본성’을 주제로 글을 쓰면 이 주제에 대한 자신의 생각이 분명해지겠죠.

정태선 동화작가 책끼읽끼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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