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중학생 자살’ 가해학생 2명에 중형선고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2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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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의 일상과 정신 파괴했다”

지난해 12월 대구 D중 자살사건의 가해학생들이 중형을 선고받았다. 대구지법 제3형사단독 양지정 판사는 20일 대구 D중 2학년 A 군(당시 14세)을 상습적으로 폭행하고 괴롭힌 혐의로 구속 기소된 B 군(15)에게 장기 3년 6개월에 단기 2년 6개월을, C 군(15)은 장기 3년에 단기 2년의 실형을 각각 선고했다.

○ 고개 숙인 가해학생들

20일 오후 2시 대구지법 법정동 1층 11호 법정. 80여 방청석은 물론이고 100여 명의 학부모와 또래 학생들로 법정이 꽉 찼다.

양 판사가 피고인을 부르자 방청석 왼쪽 문을 통해 쑥색 수의 차림의 B 군과 C 군이 입정했다. 그동안 마음고생이 심했던 듯 어깨를 축 늘어뜨린 채 힘없는 모습으로 들어섰다. 피고인석에서 판사를 향해 앞뒤로 나란히 선 이들은 두 손을 앞으로 모은 채 재판 내내 머리를 들지 못했다. 또래 친구들이 방청석에 있었지만 사람들의 시선이 두려웠던지 고개를 뒤로 돌리지도 않았다. 재판장이 양형 이유를 설명하는 10여 분 동안 간혹 검은색 뿔테 안경을 고쳐 썼지만 미동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가해학생들은 선고 순간 예상외의 중형이라고 생각했는지 고개를 더욱 깊숙이 숙였다.

○ 급우를 자살로 몬 폭력에 중형

양 판사는 “피고인들이 사리분별을 잘 하지 못하는 만 14세 미성년자이지만 죄질이 좋지 않아 형의 집행을 엄히 한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들이 초범이지만 피의자 측과 합의되지 않았고 휴대전화로 협박성 문자를 보내 피해자의 일상을 파괴하고 정신을 피폐하게 한 점이 인정된다”고 했다. 그는 또 “피고인들은 휴대전화 통화기록을 삭제하는 등 치밀함과 대담함을 보였고 세면대에 물을 받아 얼굴을 담그게 하고 땅바닥에 떨어진 과자를 먹게 하는 등 친구 사이에 모욕적이고 비인간적인 행동을 죄책감 없이 했다”며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피해자가 고통 때문에 자살했고 유족은 엄벌을 요구하고 있다”며 “학교폭력이 만연한 현실에서 실형이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선고가 끝나자마자 학생들은 체념한 듯 고개를 푹 숙인 채 교도관의 안내에 따라 들어왔던 문을 통해 서둘러 법정을 빠져나갔다. 이날 피해학생 부모는 공판에 참석하지 않았다. 선고 소식을 전해들은 A 군의 어머니 임모 씨(48)는 “사람이 죽었는데 형량이 적은 것 같다”고 말했다. 변호인 측은 항소 여부를 묻자 “피고인 측 가족과 상의해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법원은 학교폭력이 심각해짐에 따라 가해학생들에게 잇따라 실형을 선고하고 있다. 청주지방법원 형사5단독 이준명 부장판사는 1일 인터넷에서 자신의 친구를 욕했다는 이유로 또래 피해자를 5시간 넘게 끌고 다니며 폭행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모 군(19)에 대해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한 바 있다.

대구=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 부정기형 ::


현행 소년법은 장기와 단기를 정하는 부정기형을 선고하도록 돼 있다. 형기에 폭을 인정함으로써 처우에 탄력성을 주려는 취지다. 형의 단기가 지난 후 행형(行刑) 성적이 좋고 교정 목적을 달성했다고 인정되면 검찰청 검사 지휘에 따라 그 형의 집행을 종료시킬 수 있다. 예를 들어 대구 D중 2학년 A 군(당시 14세)을 상습적으로 폭행하고 괴롭힌 혐의로 장기 3년 6개월에 단기 2년 6개월을 선고받은 B 군(15)은 단기 2년 6개월 후 개선 여부에 따라 출소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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