雪山에서 人情을 배우다… 히말라야 패러글라이딩 횡단 원정대 9信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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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히말라야”… 원정대 6개월 대장정 마무리

인도 북부 시킴 지역 일대에서 칸첸중가를 바라보며 비행하고 있는 히말라야 패러글라이딩 횡단 원정대원들. 왼쪽의 구름에 덮인 봉우리가 칸첸중가 주봉이다. 대원들은 칸첸중가 인근에서의 비행을 끝으로 원정을 마치고 귀국할 예정이다. 시킴=이훈구 기자 ufo@donga.com
인도 북부 시킴 지역 일대에서 칸첸중가를 바라보며 비행하고 있는 히말라야 패러글라이딩 횡단 원정대원들. 왼쪽의 구름에 덮인 봉우리가 칸첸중가 주봉이다. 대원들은 칸첸중가 인근에서의 비행을 끝으로 원정을 마치고 귀국할 예정이다. 시킴=이훈구 기자 ufo@donga.com
히말라야여 안녕히! 칸첸중가여 안녕히!

한국을 떠나온 지 162일째인 20일. 히말라야 패러글라이딩 횡단원정대(대장 박정헌)의 함영민 홍필표 대원은 칸첸중가의 위용이 한눈에 들어오는 인도 시킴 주 북쪽 조르당 일대에서 비행을 했다. 칸첸중가는 에베레스트(8850m), K2(8611m)에 이은 세계 3위봉으로 높이는 8586m다. 칸첸중가 주봉을 중심으로 좌우에 하얀 산들이 병풍처럼 펼쳐져 장관이었다. 지난 며칠간 짙은 안개와 강풍으로 비행을 못해 애가 탔었다. 박 대장은 원정기간 내내 복통과 불면증에 시달렸다. 고통을 참으며 원정을 계속 하던 그는 구토 증세까지 보였다. 담석증 진단을 받은 그는 21일 먼저 서울에 도착했다. 그는 현재 서울대병원에서 수술 받을 준비를 하고 있다.

네팔 롤왈링히말라야와 쿰부히말라야 지역을 지난해 11월에서 12월까지 3주에 걸쳐 종주했던 원정대는 네팔 동부 지역을 거쳐 14일 인도 시킴 주에 들어섰다. 칸첸중가는 시킴 주 북쪽에 있다. 네팔, 부탄, 중국과의 접경지역이다. 본래 렙차족이 살고 있었으나 히말라야와 티베트지역에서 내려온 라이족, 타망족, 부티안족 그리고 네팔 사람들이 섞여 언어와 문화가 다양하다. 불교와 힌두교가 조화를 이루고 있지만 원래는 불교도가 많은 지역이었다.

가는 길목 곳곳에 많은 유서 깊은 곰파(불교사원)가 세워져 있고, 수많은 룽다(불경이 인쇄된 빨강 노랑 파랑 등으로 물들인 깃발)가 온 마을과 산에 휘날리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대원들이 비행을 마치고 들른 링둠곰파는 300여 명의 승려가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막상 가보니 동자승 10여 명만이 불경을 읽고 있었다. 해가 서산을 넘어가 어둑해진 데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동자승들은 창밖에서 들어오는 희미한 빛에 의존해야만 했다. 절이 왜 한산하냐고 묻자 안내를 맡은 스님은 “대부분의 수행자들은 겨울기간 집에 돌아간다. 하지만 부모님이 데리러 오지 않거나, 집에 가지 못한 어린 스님들은 절에 남아 있다. 대부분 이곳에서 1500∼2000km 떨어진 히마찰프라데시에서 온 8∼12세의 아이들이다. 겨울엔 눈이 많이 내려 히말라야의 길들이 끊긴다. 부모가 미리 데리러 오지 않으면 이들을 집에 보낼 방법이 없다”고 설명해주었다. 저마다 큰 소리로 불경을 읽던 어린 스님들은 수업이 끝나자 이내 개구쟁이들로 변했다. 어딜 가든 어린이는 어린이다. 바깥사람들을 오랜만에 만나 헤어지기가 아쉬웠는지 몇몇 동자승은 대원들이 떠나는 길목 끝까지 따라와 소리치며 인사를 했다. 홍필표 대원은 “설날도 히말라야에서 지내야 하는 우리와 신세가 비슷해 마음이 찡하다”고 했다.
인도 북부 불교사원 링둠곰파에 머물고 있는 동자승들. 불경을 읽다가도 곧바로 개구쟁이들로 변신한다.
인도 북부 불교사원 링둠곰파에 머물고 있는 동자승들. 불경을 읽다가도 곧바로 개구쟁이들로 변신한다.

이제 6개월 가까운 대장정을 마무리할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 대원들은 고산병, 심한 감기몸살과 복통, 비행 중 입은 크고 작은 부상 등으로 많은 고통을 겪었다. 가족들과 멀리 떨어져 지내며 집안에서 생긴 크고 작은 일들을 속수무책으로 바라보아야 했다. 어느 대원은 가족에게 병이 생겨 수술을 해야 한다는 소식을 듣고 발을 동동 굴렀다. 다른 대원은 가족이 교통사고까지 당했지만 손을 쓸 수 없었다. 그러나 모두들 무사히 원정을 마치고 귀국을 앞두고 있다.

이제 원정대는 26일 가족 품으로 돌아간다. 이들은 각자의 본래 터전으로 돌아가 또 다른 삶의 긴 원정을 시작할 것이다.

시킴=이훈구 기자 uf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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