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세 할머니 대장암 수술 이겨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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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2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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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 문귀춘 씨 오늘 퇴원… 병원 “기네스북 등재 추진”

22일 서울성모병원 16층 병동 휴게실에서 문귀춘 할머니(가운데)의 가족과 의료진이 수술 성공을 축하하며 파티를 열었다.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제공
22일 서울성모병원 16층 병동 휴게실에서 문귀춘 할머니(가운데)의 가족과 의료진이 수술 성공을 축하하며 파티를 열었다.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제공
국내에서 처음으로 102세 암 환자가 수술을 받고 회복됐다. 수명 연장으로 초고령자가 급격하게 늘어나는 가운데 ‘100세 암수술 시대’를 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은 1909년생 문귀춘 할머니(제주시)가 15일 대장암 수술을 받고 건강을 회복했다고 25일 밝혔다. 100세가 넘는 암 환자의 수술 성공은 세계적으로도 드문 사례. 병원 측은 세계 최고령 암 환자 수술 사례로 기네스북에 등재되도록 추진할 계획이다.

국내에서는 광주에 사는 101세 할머니가 6월에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져 응급 스텐트(풍선그물망) 시술을 받았지만 암 수술은 아니었다.

문 할머니는 두 달 전부터 아랫배가 불편하고 변에 피가 섞여 나오는 증상을 보였다. 지난달 16일 제주시의 병원을 찾았더니 대장암 2기라는 진단이 나왔다. “이제까지 많이 살았으니 괜찮다”는 문 할머니를 의사가 설득했다. “할머니, 서울에 가서 수술을 받으면 요즘엔 120세까지도 살 수 있습니다.”

문 할머니는 치료를 받기로 결심했다. 지난달 28일 장남 고광민 씨(78)와 함께 서울성모병원을 찾았다. 아들 고 씨는 “어머니 나이가 많아 병원에서 거절하면 어떡하나 걱정했는데 수술을 하겠다고 얘기해서 기뻤다”고 말했다.

담당의사인 김준기 대장항문외과 교수는 “나이와 관계없이 환자가 견딜 수 있으면 수술할 수 있다. 할머니의 신체 상태가 좋고 정신이 또렷해 수술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수술은 6시간 동안 계속됐다. 김 교수는 배에 0.5∼1.2cm 크기의 구멍을 내 투관침(대롱)을 넣었다. 이어 직장과 구불결장(S결장)을 33cm 정도 잘라냈다. 남아 있는 하부 직장과 구불결장을 연결하면서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아들 고 씨는 “전신마취를 했던 어머니가 9시간 후에 깨어났을 때 정말 기뻤다. 이제는 지팡이 없이 걷는다”며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할머니도 “나이 때문에 수술 못 받았으면 속상할 뻔했다”고 즐거워했다.

할머니의 가족과 의료진은 22일 병동 휴게실에서 할머니의 쾌유를 축하하는 파티를 열었다. 퇴원은 26일. 앞으로 2년간 3개월에 한 번씩 피검사와 대변검사를 받으러 오면 된다고 병원 측은 설명했다.

김 교수는 “불과 20년 전까지만 해도 70세가 넘으면 수술 시에 고위험군으로 봤는데 요즘엔 70, 80대가 넘어도 건강한 분이 많다”며 “생존기간이 늘어나면서 신체 상태가 좋은 고령환자가 늘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교수는 “100세가 넘는 고령자 수술은 이번이 처음인데 이젠 100세 수술 시대가 열렸다고 볼 수 있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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