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직원들이 차분히 일에 집중하는 것 같습니다.” 대구 달서구 김모 주무관(42)은 12일 구청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그는 “늦은 감이 있지만 단체장 불출마 선언으로 미적거리던 현안들이 추진력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8일 대구 동구 입석동 한 식당에서는 뜻밖의 행사가 열렸다. 동구청 5급 이상 간부 40여 명이 모인 송년모임에 이재만 구청장이 예고 없이 찾은 것이다. 이 구청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상태였다. 한 참석자는 “구청장이 ‘주민과 약속한 아양철교 관광명소 공약은 반드시 지키고 싶다’는 말을 했다”며 “간부들에게 ‘출마는 없다. 흔들렸던 마음들을 다잡고 다시 뛰자’며 화합 분위기를 이끌었다”고 전했다.
곽대훈 달서구청장은 7일 “지난달 말까지 출마를 진지하게 고민한 것은 사실”이라며 “임기가 2년 이상 남았는데 중도 사퇴하는 것은 주민을 위해서도 옳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윤순영 중구청장도 “도심재생사업 같은 구의 주요 사업을 꼭 마무리해야 한다”며 불출마 의사를 밝혔다. 이종화 북구청장은 “단체장 업무에 전념할 것”이라며 “총선을 염두에 두지 않고 단체장 업무에 전념할 것”이라고 했다.
단체장들의 ‘상황 정리’로 주춤거리던 사업과 업무도 하나씩 진행되는 모습이다. 5급 간부 1명이 내년 명예퇴직을 신청한 동구는 연말에 승진인사를 단행할 계획이다. 그동안 단체장 출마설에다 별다른 지시가 없어 인사위원회 개최조차 불투명했다. 구 인사담당자는 “주요 사업을 이끌 핵심간부를 승진시키는 중요한 일”이라며 “늦어도 이달 말까지는 내년 사업 밑그림을 그릴 인사의 윤곽이 나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단체장 불출마 선언이 중도 사퇴에 따른 비난과 보궐선거 비용 같은 문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이뤄진 것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주민 박정수 씨(42·북구 산격동)는 “어차피 출마하지 않을 생각이었다면 각종 오해를 불식하기 위해서라도 빨리 입장을 정리해 조직과 민심을 추스르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았느냐”고 꼬집었다.
단체장 처지도 이해할 점이 있다는 이야기도 있다. 중앙당 눈치만 보기 쉬운 국회의원보다 지역 사정에 밝은 단체장이 출마해야 한다고 등을 떠민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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