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벤츠 女검사’ 알고도 4개월간 조사 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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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1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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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와 사건청탁 의혹 문자 주고받아… 검찰 뒤늦게 수사
女검사, 샤넬백 값도 요구… 변호사 “부적절 관계 아니다”

여검사가 부장판사 출신 로펌 대표 변호사에게 벤츠 승용차에 이어 명품 핸드백을 받았다는 진정이 제기돼 검찰이 수사에 나섰다. 검찰은 승용차와 핸드백이 사건 청탁 대가성 선물이라면 사건에 연루된 검사를 형사처벌할 계획이다.

▶본보 28일자 A12면 “女검사가 수년간 로펌 벤츠 몰아”…


○ ‘샤넬’ 가방에 대한 청탁 여부 수사

28일 대검찰청과 부산지검에 따르면 검찰은 최근 수도권의 한 검찰청에서 사표를 낸 A 검사(36·여)와 벤츠 승용차를 제공한 B 변호사(49) 사이에 지난해 9월부터 3개월간 사건 청탁 내용을 주고받은 듯한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확보했다. 이 문자는 B 변호사의 여자친구인 진정인 C 씨(39·대학 강사)가 검찰에 넘겼다. B 변호사와 C 씨는 사기 혐의 등으로 서로 맞고소를 한 상태다.

문자메시지에는 B 변호사가 지난해 9월 자신이 경영하던 건설업체에 투자한 2명을 횡령 혐의로 창원 모 경찰서에 고소한 뒤 A 검사가 사건에 개입했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사건 담당 검사에게) 뜻대로 전달했고 영장 청구도 고려해 보겠다고 한다’(지난해 10월 8일) ‘샤넬 핸드백 값 540만 원을 보내 달라’(지난해 11월 30일) 등이다.

지난해 12월 5일에는 서울의 한 백화점에서 539만 원이 B 변호사 법인카드로 결제됐다. 가격으로 볼 때 ‘샤넬 맥시백’으로 추정된다.

B 변호사 사건을 담당했던 창원지검 모 검사와 A 검사는 사법연수원 동기로 알려졌다. 검찰은 “해당 사건은 전체 고소 내용 가운데 일부만 기소됐고 지난해 재판 결과 유죄가 나왔다”며 “샤넬 가방을 사줬는지, 사건 청탁을 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A 검사, B 변호사, 창원지검 검사를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B 변호사는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사건 청탁을 하지 않았다. 샤넬 백도 내가 다른 지인에게 선물하려고 A 검사에게 대신 구입해 달라고 부탁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 두 법조인 사이에 무슨 일이?

‘샤넬 맥시백’
‘샤넬 맥시백’
유부녀인 A 검사는 2007년 검사로 임용되기 전 부산지역 변호사로 근무할 때 B 변호사를 만났다. 두 사람은 지인과 함께 만나면서 친해졌고 이후 자주 통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호남지역으로 발령받은 A 검사가 “검찰 조직이 아직 적응이 안 된다”며 B 변호사에게 고민을 토로하자 현지에서 몇 차례 술자리도 함께했다. B 변호사는 “선배로서 조직생활 적응, 부하 직원과 상사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정도”라고 해명했다.

B 변호사는 벤츠 승용차에 대해 “호남지역에서 술을 한잔한 뒤 대리운전도 구하기 힘들어서 고속버스를 타고 부산에 왔다. 약속 장소 근처에 두고 왔을 뿐 차량을 선물로 제공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진정을 낸 C 씨가 내 컴퓨터, 휴대전화, e메일, 문자메시지 등을 샅샅이 훑어 송사에서 이기기 위해 이 사건을 들춰낸 것”이라며 “검사 직무를 이용해 청탁을 한 적은 기필코 없다”고 주장했다. B 변호사는 검찰에서 “A 검사와는 어려운 일이 있을 때 자문에 응하는 멘토 역할을 했을 뿐 일부에서 표현하는 부적절한 관계는 아니다”라고 진술했다.

○ 대검찰청은 감찰과 수사 병행

이 사건에 대한 의혹이 커지자 대검 감찰본부도 즉각 감찰조사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A 검사로부터 사건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동기생 검사 등이 감찰 대상이 될 것”이라며 “부산지검에서 진행되는 수사가 주(主)가 되지만 검사 직무 비리와 연관된 의혹은 감찰본부에서도 적극적으로 살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검 감찰본부가 이번 의혹과 관련해 이미 올 7월 진정서를 접수했지만 넉 달가량 감찰조사를 벌이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대검은 “진정 내용에는 샤넬 핸드백을 받았다는 내용이 없고 벤츠를 받았다는 의혹만 있었는데 신빙성이 높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또 “A 검사의 사표를 즉각 수리한 것에 대해서도 진정서의 신빙성이 크지 않다고 봤기 때문에 사표 수리를 제한할 필요성이 없다고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이달 중순 사표를 제출한 여검사는 당시로선 수사나 감찰 대상이 아니었다는 얘기다.

부산=윤희각 기자 toto@donga.com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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