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진로냐 진학이냐, 고민에 빠진 고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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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1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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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고교 진로진학상담교사와 3학년부장 교사 입장 충돌
명문대 진학률 무시 못해… 3학년부장 교사에게 입시업무 전임하기도

《서울대 의대가 목표였던 고3 자연계열 학생 A 군(18·인천 부평구)은 올해 대학입시 정시지원을 위해 두 교사에게 상담을 받고 오히려 더 큰 혼란에 빠졌다. ‘어떤 대학에 지원할 것인가’란 고민에 대해 ‘진로진학상담교사’와 ‘3학년부장 교사’가 서로 상반된 의견을 제시했기 때문.

대학수학능력시험 가채점 결과, A 군의 점수는 목표하던 서울대 의대 합격은 장담할 수 없지만지방소재 의대 진학은 안정권이다. 이에 진로진학상담교사는 “대학 및 학과를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한 건 자신의 흥미와 적성”이라고 조언하며 지방소재 의대에 진학하길 권유했다.

이와 달리 3학년부장 교사는 “지방 의대를 선택하기보다는 서울대 자연계열 학과에 진학한 뒤서울소재 의학전문대학원을 목표로 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A 군은 “의대에 진학해 하루빨리 의사의 꿈을 이루고 싶지만, 한편으론 명문대 진학이 욕심나는 것도 사실”이라며 “무엇이 좋은 선택인지 판단이 서질 않는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최근 고교현장에 진로진학상담교사와 3학년부장 교사의 입장이 일부 충돌하면서 대입을 준비하는 고교생들이 적잖은 혼란을 겪고 있다. 진로진학상담교사는 교육과학기술부가 적성과 소질을 바탕으로 대학을 선택하고 이를 토대로 꿈을 실현하는 ‘진로’에 대한 교육을 강화하기 위해 올해 3월부터 일선고교에 배치됐다.

하지만 기존까지 고교생들의 입시업무 전반을 담당하던 3학년부장 교사들이 명문대 혹은 유명 우수학과 합격을 중요시하는 ‘진학’에 더욱 무게를 두면서, 일부 학교에선 학생들의 적성과 소질을 최우선으로 고려한 ‘진로’를 강조하는 진로진학상담교사와 의견이 엇갈리는 것. 즉, 이상적인 비전인 ‘진로’와 현실적인 비전인 ‘진학’이 공존하지 못하고 서로 충돌하는 셈이다.

○ 진로진학상담교사의 빛과 그림자


이 같은 현상에 대부분 고교는 “진로가 중요하다는 기본 취지엔 동의하지만, 현실적으로 진학을 강조하는데 힘을 실어줄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대다수 학생과 학부모가 명문대 진학을 희망하며, 명문대에 몇 명이 합격했냐는 사실은 학교를 홍보하는데 큰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란 게 고교 측의 설명. 이는 특히 직접 신입생을 유치해야 하는 비평준화지역 고교와 자율형사립고 등에서 더욱 단호하다.

이런 이유로 일부 고교에선 진로진학상담교사를 배제하고 입시경험이 풍부한 3학년 부장교사에게 입시에 관련한 업무를 전임하기도 한다. 진로진학상담교사는 학생과 직접 상담을 하지 않고 입시전형 및 자료정리, 점수입력 및 분석 등 행정업무를 처리한다. 진로진학상담교사의 담당 교과목인 ‘진로와 직업’도 홀대를 받기도 한다. 수능을 코앞에 둔 탓에 ‘진로와 직업’ 수업시간에 형식적으로 간단한 입시자료만 나눠주고 자율학습을 하는 고교가 있는 것.

수도권 지역의 한 고교 교장은 “진로진학상담교사가 입시에 대한 현장경험과 전문지식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점도 3학년 부장교사에게 입시업무를 맡길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말했다.

○ 진학과 진로 균형 이뤄야

그렇다면 진로진학상담교사가 안정적으로 교육현장에 자리 잡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대부분 고교 교사들은 “진로와 진학을 이원화해 학년별로 운영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대입을 코앞에 둔 고3은 3학년 부장교사 및 담임교사가 전담해 ‘진학’을 중심으로 상담을 진행하고, 상대적으로 시간여유가 충분한 고1, 2는 진로진학상담교사가 맡아 ‘진로’ 중심의 교육을 해야 효과적이란 게 공통된 의견.

인천의 한 고교 진로진학상담교사는 “진로진학상담교사가 고3까지 일괄적으로 관리하다보면 3학년부장 교사뿐 아니라 명문대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 및 학부모와도 의견이 상충될 수밖에 없다”면서 “고1, 2때 진로교육을 집중적으로 진행하면 진학을 앞둔 고3때 적성과 현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균형 잡힌 선택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진로진학상담교사 선정대상 및 방식도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입시 관련 업무를 맡아본 교사에게 진로진학상담교사가 될 자격을 부여해야 효과적이라는 것. 현재는 특별한 자격제한 없이 학교장이 추천한 교사들을 대상으로 600여 시간의 연수를 진행한 뒤 진로진학상담교사로 임명한다.

5년 이상 3학년부장 교사를 역임하다 올해 진로진학상담교사 자격을 취득한 서울의 한 고교 교사는 “입시를 치른 경험을 갖추고 있으면 입학사정관전형 등 현실과 밀접한 진로교육을 하는데 유리하다”면서 “무조건 진로가 중요하다고 주입시키기보단 진로 중심으로 대학입시를 준비해도 명문대 진학에 성공할 수 있다는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승태 기자 st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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