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m 확장에 2억 든 성남 ‘금테 도로’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1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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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로 1.5km… 철거민 반발로 8년째 공사 연기

주민들 보상비로 총사업비의 85% 2584억원 지출

경기 성남시에는 8년째 확장공사가 진행 중인 도로가 있다. 대상 구간은 약 1.5km. 그러나 사업비는 무려 3000억 원이 넘는다. 특히 전체 공사비의 85%가 보상금으로 나가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사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성남시의회 등에 따르면 성남시는 2004년 1월 성남시 중원구 중앙동에서 수정구 태평동에 이르는 공원로 1.56km(공원터널∼현충탑) 구간의 확장사업에 착수했다. 기존 왕복 2차로인 도로를 6∼8차로로 넓히는 사업이다. 당시 예상한 사업비는 보상비 약 1500억 원을 포함해 1870억 원. 성남시는 2005년 초 보상에 나서 2006년 공사를 시작하고 2009년 확장된 도로를 개통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도로 예정지에 편입된 주민들이 이주 및 생계대책을 요구하며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주민들은 성남시청 앞에서 연일 시위와 농성을 이어갔다. 결국 성남시는 2006년 3월 보상비 외에 토지 및 건물주에게 판교신도시 아파트를, 세입자에게 공공임대아파트를 각각 특별공급하기로 합의했다. 택지개발도 아니고 도로를 확장하면서 보상용으로 아파트 분양권을 제공한 것은 이례적이다.

주민 반발이 수그러들자 성남시는 2006년 9월 본격적인 보상에 착수했다. 그사이 땅값은 크게 올라 총보상비는 무려 2584억 원으로 늘었다. 전체 사업비도 3057억 원으로 늘어났다. 당초 사업비의 갑절에 가까운 규모로 도로 1m를 확장하는 데 2억 원가량의 예산이 들어가는 셈이다. 성남시는 엄청난 사업비 마련을 위해 2007년 6월 판교특별회계에서 약 1000억 원을 끌어다 썼다. 지난해 7월 판교특별회계 차입금과 관련해 이재명 시장이 지불유예(모라토리엄)를 선언한 데는 이 사업이 직접적인 원인을 제공한 셈이다.

그뿐만 아니라 성남시와 일부 철거민 사이에 각종 소송이 진행되면서 공사도 지연됐다. 현재 절반가량 공사가 진행됐다. 확장 개통은 당초 계획보다 3년가량 늦은 내년 6월경에야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성남시의회 관계자는 “계획단계부터 잘못된 사업으로 막대한 예산이 투입됐다”며 “결국 성남시 재정 악화의 원인이 됐다”고 지적했다.

성남=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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