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교정에서 여학생이 교내 셔틀버스에 치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1일 서울 성북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30분경 성북구 안암동 고려대 캠퍼스에서 이 학교 사학과 4학년 장모 씨(23)가 셔틀버스에 치여 현장에서 사망했다. 사고 당시 홀로 길을 걷던 장 씨는 서행 중이던 버스를 보지 못한 채 버스 오른쪽 모서리 부분에 부딪혀 넘어졌다. 버스운전사는 사고 발생 사실을 알지 못하고 쓰러진 장 씨 위로 그대로 달리다 학생들의 비명소리를 듣고서야 차를 멈췄다. 경찰은 목격자 진술과 교내 폐쇄회로(CC)TV를 바탕으로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다.
사고 소식이 알려지자 학생들은 캠퍼스 내 교통안전불감증이 불러온 예견된 참사라는 반응을 보였다. 캠퍼스 구조상 좁은 경사로가 많아 운전자의 시야 확보가 어려운 데다 인도와 차도의 명확한 구분이나 신호등 시설이 없어 학생들이 습관적으로 무단횡단을 한다는 것. 고려대 미디어학부 3학년 김근희 씨(21·여)는 “좁은 2차로를 따라 걷다보면 뒤로 차가 쌩하고 지나가 깜짝 놀랄 때가 많다”며 “캠퍼스 내 과속을 단속하고 학생들이 안전하게 걸을 수 있는 인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학교들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 이날 오후 찾은 경희대에서도 1차선 도로를 자유롭게 건너다니는 학생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학생들은 캠퍼스 언덕을 질주하는 통학버스와 배달 오토바이, 택시들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피해 다녔다. 특히 언덕에 위치한 주차장 앞에는 ‘인도를 이용하십시오’라는 팻말까지 붙어 있었지만 대부분의 학생이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이었다. 버스운전사인 서모 씨(63)는 “언제 어디서 학생이 튀어나올지 몰라 캠퍼스 안에서 운전할 때는 늘 마음이 조마조마하다”고 했다. 연세대도 2008년 재학생이 신촌캠퍼스 언덕길을 질주하던 오토바이에 치여 왼쪽 다리근육이 파열되는 등 여러 번의 캠퍼스 내 교통사고를 경험했다. 서울대는 캠퍼스 내 차량 통행량이 늘어남에 따라 올해 4월 관악캠퍼스에 신호등과 횡단보도, 택시승강장 등을 설치해 보행자 중심으로 도로교통시설을 개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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