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의 땅, 전남]고급 의료 인력·최첨단 의료기술… 장성이 국립심혈관센터 최적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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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0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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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선진국 국가주도로 심혈관질환 관리 강화
장성군, 입지조건 좋은 부지 확보해 본격설립 추진

국립심혈관센터 예정 부지인 전남 장성군 남면 삼태리 일대. 인근에는 광주과학기술원, 나노바이오연구센터, 광주테크노파트 등이 들어서 있다. 장성군 제공
《최근 세계보건기구(WHO)가 심혈관질환이 전 세계 사망원인 1위라고 발표한 가운데 심혈관 질환을 국가차원에서 관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암에 이어 심혈관질환이 사망원인 2위에 해당하고 심혈관질환으로 지출되는 사회·경제적 비용이 연간 12조8300억 원에 달해 국립암센터와 같은 성격의 ‘국립심혈관센터’ 설립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심혈관질환 국가가 관리해야


심혈관질환은 심근경색·협심증 등 심장질환과 동맥경화·고혈압·뇌혈관질환 등을 포괄한다. 21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당뇨병이나 고혈압 환자가 고소득층보다 저소득층에서 2배 정도 많으며 뇌졸중은 4배나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는 2006년 심뇌혈관질환 종합대책을 수립하고 지금까지 9개 권역심뇌혈관질환센터를 지정했다. 하지만 기존 대학병원에 5년간 한시적으로 지원하는 것이어서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특히 권역별 센터가 관련 연구보다는 진료 위주인데다 센터를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도 없어 국가 관리의 필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7월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국립심혈관센터 설립을 위한 국회정책포럼’에서 임종윤 대한심장학회장은 “심혈관질환 환자가 최근 10년 사이 급증하면서 사망률이 높아짐은 물론 의료비 증가에 따라 건강보험 재정 악화의 주 원인이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임 회장은 “예방·관리를 할 경우 질환의 80%가 개선되고 이로 인한 연간 경제효과도 8400억 원에 달하는 만큼 국가주도의 통합관리가 절실하다”고 밝혔다.

심혈관 질환 증가 추세는 세계적으로 비슷한 상황이어서 대다수 선진국들은 국가 주도의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일본 오사카 국립순환기병센터, 독일 뮌헨 심장센터, 미국 워싱턴D.C 국립심폐혈관센터, 영국 국립심폐연구소 등이 좋은 사례다. 임 회장은 국립심혈관센터 주요 기능으로 연구센터·임상병원·예방 및 재활센터 등을 꼽은 뒤 이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센터를 광주에 인접한 전남 장성(나노기술산업단지)에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남 장성이 최적지

장성군은 남면 삼태리 일대 나노기술산업단지 안에 국립심혈관센터 용지를 확보했다. 국립심혈관센터를 유치하면 총 3500억 원을 투입해 16만5000m²(약 5만 평) 용지에 건물 면적 2만5000m²(약 7575평) 규모로 1000병상과 연구 및 산학협력관 등을 갖춘 센터를 설립할 계획이다.

심혈관계질환은 발병 후 3시간 내에 치료를 해야 하는 응급 질병이기 때문에 환자의 접근 용이성, 의료인의 전문성, 진단 및 치료 장비 구비가 중요하다. 장성은 교통의 요충지로서의 접근성, 전문 의료기관과의 인접성이 뛰어나 최적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장성은 광주와 가깝고 항공편을 이용할 경우 수도권과 40분 거리인데다 고속도로나 KTX를 이용해도 3시간 이내면 올 수 있다. 전남대병원, 조선대병원, 광주과학기술원, 한국광기술원, 나노바이오연구센터 등 기관이 가까운 것도 장점이다. 이들 기관의 고급 의료 인력과 최첨단 의료기술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남대병원은 최근 5년간 관상동맥 중재술 1만5000건 시술을 통해 98%의 성공률을 보였다. 또 차세대 스텐트 및 혈관 마이크로 로봇 개발 원천기술 등을 보유하고 있다.

국립 심혈관센터가 장성에 설립될 경우 경제성과 타당성이 매우 높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장성군이 한양대 산학협력연구단에 연구용역을 의뢰한 결과 심혈관센터 장성 설립의 경제성 분석에서 경제적 타당성의 근거가 되는 비용편익(B/C)지수가 1.21로 매우 높게 나왔다.

김양수 장성군수는 “건립 용지가 지난해 지정된 광주 연구개발(R&D)특구에 포함돼 시너지 효과가 크다”며 “중국, 동남아 등 해외 심뇌혈관 질병 환자를 유치하는 등 향후 첨단의료산업 국제화 성장거점으로 도약하는 여건도 갖출 수 있다”고 말했다.

▼국가균형 발전, 인프라 고려해서 설립해야▼
강정채 국립심혈관센터 추진위원장


“국립심혈관센터를 빨리 설립해 임상연구를 진행하고 치료기기나 약 등을 개발해야 하는데 정부가 시급성을 모르고 있어 안타깝습니다.”

강정채 국립심혈관센터 설립추진위원장(전 전남대 총장·사진)은 21일 “국내 심혈관 질환 수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기초 연구는 아직도 멀었다”며 “국가가 관리하는 심혈관센터 설립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심혈관 질환이 얼마나 심각한가.

“국내에서는 심혈관 질환으로 10분에 한 명씩 사망할 정도다. 문제는 우리나라가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면서 심혈관 질환이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1950년대 미국인을 대상으로 연구한 자료를 사용하고 있을 정도로 기초연구가 한참 뒤져 있다.”

―센터를 유치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였나.

“그동안 청와대, 국무총리실, 보건복지부 등을 수차례 방문해 정책을 건의했다. 올해 정책세미나를 갖고 국고지원 건의사업으로 신청도 했다. 보건복지부 예비 타당성 조사 용역비 10억 원을 반영해줄 것을 요구했으나 해결된 게 하나도 없다.”

―보건복지부 방침은 뭔가.

“센터 설립 필요성은 공감하면서도 전국 9개 권역심뇌혈관질환센터를 대학병원에서 운영하고 있고 복지예산도 부족하다는 이유로 설립을 미루고 있다.”

―바람직한 방향은…

“사망 원인 2위이자 암 사망자에 거의 맞먹는 질환을 국가적으로 관리·연구체제를 갖추는 것은 당연하다. 자치단체가 정책을 건의하고 아이디어를 내면 내용을 적극 검토하고 국가가 필요하다면 기획재정부에 예비타당성조사를 신청해 국가정책으로 채택해야 한다.”

―장성군의 유치 당위성은…

“국립심혈관센터는 국가균형 발전과 유관 연구 인프라, 광주·장성 R&D 특구 등 잠재성을 고려할 때 장성에 건립돼야 한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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