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동서남북]인천시, 시민을 볼모세워 ‘亞경기장 국비지원’ 압박하다니…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0월 21일 03시 00분


코멘트
2014년 열리는 아시아경기대회의 주경기장을 건립하는 데 필요한 국비지원 문제를 놓고 최근 인천에서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인천시가 5일부터 ‘주경기장 건설 국고보조금 지원을 위한 100만 명 서명운동’을 시작하자마자 정부가 지원 의사를 밝히면서 서명운동이 중단된 것이다. 인천지역 여야 정치권도 국비지원을 위해 서로 힘을 보태기로 뜻을 모으기도 했다.

이번 서명운동은 이례적으로 시민의 큰 호응을 얻었다. 서명운동이 중단된 14일까지 70만 명이 넘는 시민이 서명에 동참했다. 시내 곳곳에는 주경기장 건립에 필요한 예산을 지원하지 않는 정부를 비난하는 현수막이 넘쳐나기도 했다.

정부가 지금까지 국비지원을 거부한 데는 인천시의 책임이 가장 컸다. 송영길 시장은 국비지원 여부를 놓고 정부와 인천시 간에 실랑이가 벌어지면서 사업 진행이 늦어지자 올 2월 ‘국비 보조 없이 주경기장을 신설하겠다’고 정부에 공문을 보냈다.

6월 주경기장을 착공한 시는 눈 덩이처럼 불어나는 부채 때문에 사업비를 마련하기 어렵게 되자 태도를 바꿔 다시 정부에 생떼를 쓰기 시작했다. 국제대회지원법의 규정을 들어 주경기장 건설사업비 30%를 지원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정부는 국비를 지원하지 않는 조건으로 주경기장 신축을 승인했다는 점을 들어 거부했다.

결국 시는 시민단체의 등을 떠밀었다. 국비지원을 사실상 포기한 채 주경기장을 착공한 사실은 알리지 않고 “정부가 인천을 무시하고 외면해 성공적인 대회를 개최하기 어렵게 됐다”고 정부에 화살을 돌렸다. 시는 서명운동에 참여한 시민단체와 통·반장 등을 지원한다는 명목으로 예산 1억 원을 긴급 편성해 나눠주려고도 했다.

이 같은 사실을 동아일보의 보도로 알게 된 시민들은 분을 삭이지 못하고 있다. 시가 잘못된 행정에 대한 고백과 반성은 없이, 시민을 볼모로 내세워 정부를 압박한 것에 대해 분노하고 있는 것이다. 인천시는 서명운동을 벌이기에 앞서 정부, 여야 정치권과 머리를 맞대고 국비지원의 불가피성을 호소했어야 했다. 특히 송 시장은 정부에 감정적으로 대응해 실익을 놓쳤다는 지적도 피할 수 없다. 송 시장과 그의 측근들이 인천시민을 너무 만만하게 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황금천 사회부 기자 kchwa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