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나는 서울 농부다”… 4129가구 940ha 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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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0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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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오후 서울 강서구 과해동에서 한 농부가 콤바인을 이용해 벼를 수확하고 있다. 서울시 제공
8일 오후 서울 강서구 과해동에서 한 농부가 콤바인을 이용해 벼를 수확하고 있다. 서울시 제공
빽빽이 들어선 빌딩과 시끄럽게 오가는 자동차들. 인구 1000만 명 도시인 서울의 단면이다. 이렇게 복잡한 서울에서 농사를 짓는 게 가능하긴 할까. 놀랍게도 서울엔 여의도 면적(840ha)보다 넓은 940ha의 농경지가 있다. 농가는 4129가구, 농가 주민은 1만3670명에 이른다. 서울 농부도 가을을 맞아 벼를 베고 잘 익은 과일을 수확하는 등 가을걷이에 바쁘다.

○ 동부는 채소, 서부는 쌀

9일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 농부들은 크게 4개 지역으로 나뉘어 농사를 짓고 있다. 강동 송파구 등 동부지역에는 채소, 강서구 등 서부지역에는 벼를 키우는 농가가 집중돼 있다. 서초 강남구 등 남부지역은 화훼류, 그리고 중랑 노원구 등 북부지역은 배를 많이 재배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서울에서 벼농사를 짓는 농가는 전체 농가 중 1156가구로 가장 많고 그 다음이 채소(1058가구), 과수(509가구), 화훼농가(440가구) 순이다.

지난해 서울에서 생산된 쌀은 1161t으로 전국 생산량의 0.1%에도 미치지 못한다. 서울시민이 두 끼 먹을 분량. 1991년 3784t 생산된 것에 비하면 크게 줄었지만 쌀농사를 짓는 서울 농부들은 자부심을 갖고 농사를 짓고 있다. 1979년 전북 부안군에서 상경해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는 박병삼 씨(57)는 친환경 저농약 농법으로 지은 쌀 품질은 전국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다고 자신한다. 박 씨는 “우렁이를 논에 풀어 키우는 농법으로 만든 ‘경복궁 쌀’은 밥맛이 좋기로 소문 나 매년 재고가 없을 정도로 팔려나간다”고 말했다. 서울시농업기술센터와 함께 만든 ‘경복궁 쌀’은 직거래나 강서지역 농협을 통해서만 살 수 있다.

○ 전통 잇고 미래 꿈꾸는 서울 농부

노원구 중계동에서 1989년부터 친환경 배 농사를 짓고 있는 정현호 씨(57)는 사업을 하다 자유롭고 여유로운 농업인 생활에 푹 빠져 전업한 사례. 중랑구 묵동에서 태어난 서울 토박이 정 씨는 서울 농사의 가장 큰 장점에 대해 “소비자들과 가까이 있다”는 점을 꼽는다. 유통과정을 줄일 수 있어 저렴한 가격에 높은 품질의 제품을 전할 수 있다는 것. 정 씨는 “서울이든 지방이든 싱싱한 농산물을 소비자에게 전하는 게 농부의 가장 큰 기쁨”이라며 “생산량은 1년에 100t밖에 되지 않지만 조선시대부터 중랑구와 노원구 일대에서 자란 배 맛이 훌륭하다는 전통을 이어가고 있어 뿌듯하다”고 말했다.

서울에는 젊은 농부의 활약도 두드러진다. 서울 최연소 농부 윤민현 씨(25)는 강동구 고덕동에서 국화, 관상용 양배추 등 초화류를 재배하고 있다. 화훼농업인인 부친의 영향을 받아 농업사관학교라고 불리는 한국농수산대를 나온 엘리트 농부다. 어머니의 농사일을 돕다 20대부터 농부의 길을 걷게 된 최재일 씨(35) 역시 자부심 가득한 젊은 서울 농부다. 최 씨는 친환경 쌈채소 생산에 열중하며 건강한 식재료 만들기에 앞장서고 있다. 신면호 서울시 경제진흥본부장은 “매년 경지 면적이 크게 줄고 있지만 좁은 면적에서도 우수한 품질의 농산물을 생산하는 게 서울 농업의 장점”이라고 말했다.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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