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장 차로 조기개통… 빨라진 영동고속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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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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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철 체증 악몽 끝”… 시속 80km 씽씽

지난달 20일 10차로로 확장된 영동고속도로 신갈분기점 구간을 자동차들이 달리고 있다. 한국도로공사는 휴가철 원활한 소통을 위해 20일 신갈∼양지 구간을 8, 10차로로 확장해 완전 개통했으며 24일에는 양지∼호법 구간을 6차로로 임시 개방했다. 한국도로공사 제공
지난달 20일 10차로로 확장된 영동고속도로 신갈분기점 구간을 자동차들이 달리고 있다. 한국도로공사는 휴가철 원활한 소통을 위해 20일 신갈∼양지 구간을 8, 10차로로 확장해 완전 개통했으며 24일에는 양지∼호법 구간을 6차로로 임시 개방했다. 한국도로공사 제공
“그야말로 빠져나갈 수 없는 지옥 같은 길이었죠. 휴가철에 잘못 들어섰다 10시간 넘게 걸린 기억도 나네요.”

직장인 김정환 씨(55)에게 영동고속도로는 희비가 엇갈리는 길이다. 1990년대 초 꿀맛 같은 여름휴가를 맞아 가족과 함께 동해안으로 떠날 때마다 지나던 영동고속도로. 심한 체증에 갇혀 꼼짝도 못한 채 몇 시간 동안 오징어만 씹던 곳도 바로 이 길이었다. 김 씨는 “길이 막힐 때마다 뒤에 탄 아이들이 ‘언제 도착하느냐’고 채근했던 기억이 난다”며 “당시엔 우회도로마저 없어 기약 없이 앞 차 꽁무니를 바라보던 것도 생각난다”고 말했다.

그러나 ‘영동고속도로 정체의 추억’도 이제 흘러간 옛이야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1971년 개통 이후 40년 동안 수도권과 강원 동해안을 연결해 온 이 도로가 최근 확장공사와 교통흐름 시스템 개선으로 ‘정체 없는’ 도로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한국도로공사 김경희 실장은 “이번 휴가기간에 교통 흐름에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 하드-소프트웨어 동시 업그레이드


지난달 29일 오후 3시 영동고속도로 신갈 분기점 앞. 여름휴가의 ‘피크’인 8월 첫째 주를 앞둔 금요일 오후였지만 차량들은 최고 속도로 질주하고 있었다. 출퇴근 시간과 서울을 빠져나가는 차량들이 몰릴 때 상습적으로 정체됐던 신갈∼호법 분기점 구간에서도 평균 시속 80km 이상의 속도를 냈다. 다만 도로공사 관계자는 “비 때문에 아직까지는 흐름이 괜찮지만 피서객의 이동이 가장 많을 것으로 보이는 8월 첫째 주에는 교통 흐름에 더 신경을 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동고속도로의 흐름이 개선된 것은 우선 차로 확장 공사를 예정보다 빨리 진행했기 때문이다. 특히 신갈∼호법 분기점 확장공사는 11월에 개통할 예정이었지만 도로공사는 휴가철 교통 특수를 감안해 공사를 서둘러 지난달 24일 양지 나들목에서 호법 분기점까지 14.8km 구간을 임시로 개방했다. 이에 따라 왕복 4차로였던 도로가 임시로 6차로로 확장됐다. 11월 정식 개통 때는 8차로가 된다. 박성태 도로공사 수도권건설사업단장은 “임시 개통된 24일 주말 피크타임 평균속도가 서울 방향이 시속 39km에서 91km로, 강릉 방향이 59km에서 75km로 빨라졌다”고 말했다. 도로공사는 지난달 20일에도 여주와 원주 사이 강천터널을 5개월 조기 개통하는 등 휴가철을 앞두고 인프라 구축에 집중했다.

하지만 차량이 한꺼번에 몰릴 경우에는 이런 하드웨어 강화만으로는 한계에 부닥칠 수 있다. 이런 한계를 감안해 도로공사는 영동고속도로 정체를 막기 위해 몇 가지 교통소통 대책을 내놨다. 대표적인 것이 임시 감속차로 연장이다. 임시 감속차로란 나들목으로 빠져나가는 차량이 임시 차로로 갓길을 사용하는 것. 이 제도는 이번 휴가철에 처음 도입됐으며 강릉 방향 영동선 정체 구간인 북수원 나들목과 새말 나들목에서는 나들목 앞 1km부터, 문막 나들목은 나들목 앞 350m에서부터 갓길을 쓸 수 있다.

또 주말에 고속도로 영업소(요금소)의 진입 차로를 줄여 고속도로로의 차량 진입을 조절하던 것을 휴가 기간 내내 시행한다. 영동선은 용인과 이천영업소 등 총 8곳에서 차량 평균속도가 시속 80km 이하로 떨어지면 진입차로를 줄이게 된다. 도로공사 이재광 차장은 “평균 시속 80km 이하로 떨어지면 쉽게 정체가 발생하는 경향이 있어 차량 흐름을 관리하는 데 중요한 기준이 된다”고 말했다. 한편 갓길차로제도 여주 분기점에서 여주까지 양방향 6.2km 등 총 5개 구간 41km에 적용된다. 도로공사는 올해 이 같은 제도 시행으로 서울∼강릉의 최대 정체 소요시간이 7시간 50분으로 지난해 9시간보다 1시간 이상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 쉴 수 있는 휴게소로

도로가 변하면 휴게소도 바뀐다. 영동고속도로에는 지난해 325억 원의 매출로 전국 170개 고속도로 휴게소 중 1위를 차지한 덕평자연휴게소 등 특색 있는 휴게소가 여러 개 있다.

영동고속도로 신갈∼호법 구간에 위치한 덕평자연휴게소(양방향)는 휴게소 자체가 하나의 공원처럼 운영되고 있다. 실제 18만8790m²(약 5만7000평)의 휴게소는 녹지가 11만5702m²(약 3만5000평)에 이르며 별도의 등산로까지 설치돼 있다. 각종 이벤트가 개최되는 공연장과 22개 브랜드가 입점한 쇼핑몰은 이 휴게소의 자랑이다. 김상기 덕평자연휴게소장은 “태양열과 지열을 사용해 자체 발전하고 있다”며 “개점 때부터 친환경 휴게소를 지향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저희 휴게소를 일부러 찾아오시는 손님이 인사하면 뿌듯하다”고 말했다.

이 밖에 영동고속도로 내에는 지역 대표 음식인 한우 음식점을 운영하는 횡성휴게소(인천 방향)와 휴가기간에 가면극 공연을 하는 대관령 인근 강릉휴게소(강릉 방향) 등도 인기를 모으고 있다. 도로공사 관계자는 “최근 고속도로 휴게소도 단순히 화장실만 들렀다 가는 장소가 아니라 고객들이 편하게 쉴 수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다”며 “영동선 내 고속도로들은 다른 지역 고속도로 운영자들이 일부러 찾아와 운영 노하우를 배워갈 정도”라고 말했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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