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덕수궁 돌담길 가로수들 ‘입원 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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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6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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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름시름 앓던 24그루 김포로… 추위에 뿌리 凍害 추정

울창했던 가로수가 사라진 1일 오후 서울 중구 정동 덕수궁 돌담길. 중구는 이곳에 있던 나무 24그루가 새잎을 내지 못하자 치료를 위해 최근 경기 김포시 고촌면 ‘나무병원’으로 옮겼다. 중구는 영양제를 투여하는 등 치료를 해서 나무가 회복되면 다시 옮겨 심을 계획이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울창했던 가로수가 사라진 1일 오후 서울 중구 정동 덕수궁 돌담길. 중구는 이곳에 있던 나무 24그루가 새잎을 내지 못하자 치료를 위해 최근 경기 김포시 고촌면 ‘나무병원’으로 옮겼다. 중구는 영양제를 투여하는 등 치료를 해서 나무가 회복되면 다시 옮겨 심을 계획이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서울 중구 정동 덕수궁 돌담길은 잘 어울리는 가로수 덕분에 더욱 운치 있는 명소로 꼽혔다. 이랬던 돌담길의 멋이 사라졌다. 봄이 와도 기운을 차리지 못해 각종 응급치료를 받던 가로수들이 끝내 있던 자리를 떠나 ‘병원’에 입원했기 때문이다.

봄이 되면 새잎을 틔워야 하지만 덕수궁 돌담길 쪽 느티나무 22그루와 살구나무 2그루는 여전히 겨울인 듯 새잎을 내지 못하고 시름시름 앓았다. 일방통행 도로 건너편인 서울시청 서소문별관 돌담길의 가로수들이 무성한 푸른 잎을 자랑하는 것과는 아주 달랐다.

중구청은 지난달 중순 포도당과 질산칼륨 등을 혼합한 영양제를 투여하며 응급처방에 나섰다. 하지만 회복되지 않고 상태가 나빠지자 돌담길의 명물 가로수들은 지난달 27일과 28일 심야에 경기 김포시 고촌면으로 옮겨졌다. 중구청이 아픈 나무나 기증받은 나무를 잠시 보호하는 일종의 ‘나무 병원’으로 면적은 7920m²(약 2400평).

길 양편의 가로수 중 한쪽 나무들만 피해가 발생해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약품이나 농약을 뿌린 게 아닌가 하는 의심도 들었지만 원인은 도로 경사도와 매서운 추위 쪽으로 분석되고 있다.

진병규 중구 공원녹지과장은 “덕수궁 담장 쪽이 반대편보다 낮아 상대적으로 물이 많이 고인 상태에서 지난겨울 맹추위가 겹쳐 이쪽 가로수들만 뿌리에 동해(凍害)를 입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중구는 김포 나무병원에서 이들 나무를 치료해 기력을 회복시키면서 돌담길 쪽으로 물이 흐르지 않도록 배수관을 개선할 계획이다. 이런 조치를 모두 끝낸 다음 올가을이나 내년 봄에야 가로수들을 다시 옮겨심기로 했다. 중구는 원주인이 제자리에 돌아오기 전까지 다른 나무를 심을 계획은 없다.

이동영 기자 arg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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