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인불명 폐렴, 바이러스 감염병 아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5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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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질병관리본부 ‘급성간질성폐렴’ 잠정 결론

보건당국은 최근 서울 A대학병원에서 집중 발생한 원인불명 폐렴이 바이러스로 인한 감염병이 아닌 급성간질성폐렴이라고 11일 잠정 결론을 내렸다. 급성간질성폐렴이란 폐의 간질(폐 속 허파꽈리의 벽을 구성하는 조직)에 염증이 일어났다는 뜻이다.

질병관리본부는 11일 “A대학병원에 입원 중인 환자 6명에 대해 20가지 병원체(세균·바이러스)를 검사한 결과, 단 1명에게서만 아데노바이러스가 분리됐다”고 발표했다. 질병관리본부는 이번 폐렴이 유행할 우려는 없다고 판단하고 이후 추가 조사에 나서지는 않을 계획이다.

바이러스가 한 명에게서만 나온 데다 흔히 볼 수 있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라 이번 폐렴의 원인은 미궁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급성간질성폐렴이란 유사한 증상을 통칭하는 진단명으로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양병국 질병관리본부 감염병센터장은 “공통된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은 점, 거주지가 모두 다른 점, 가족이나 노인·만성질환자 같은 면역 저하자에게서 발병하지 않은 점으로 볼 때 대규모 유행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 폐렴 원인 미궁에 빠지나

아데노바이러스는 기관지와 결막에 질병을 일으키는 흔한 감기 바이러스다. A대학병원 자체 검사 결과에서도 아데노바이러스가 검출됐다.

하지만 아데노바이러스가 변형됐을 가능성은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오명돈 서울대 감염내과 교수는 “아데노바이러스는 폐가 아니라 기관지에서만 발견됐다. 또 바이러스라면 환자 8명에게만 감염됐을 리가 없다”고 말했다.

양 센터장은 “1명에게서만 검출된 이유는 바이러스가 활동한 지 오랜 시간이 지났기 때문일 수도 있다. 유전자 검사 결과가 나오면 정확히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해물질 등 환경적 요인에 대한 분석도 진행되고 있다. 양 센터장은 “환자들이 특정 약물이나 독성 음식을 먹었을 가능성에 대해 의료진이 환자와 심층면접을 실시하는 등 역학조사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 급성간질성폐렴은 신종질환일까

보건당국은 이번 폐렴이 전에 나온 급성간질성폐렴과 같은 질환인지, 새로운 질환인지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얘기하지 못했다.

학계에는 소아환자의 급성간질성폐렴이 두 차례 보고된 바 있다. 2006년 3∼6월 서울시내 대학병원 2곳에서 소아 급성간질성폐렴 환자 15명이 발생해 7명이 숨졌다. 2008년 2∼8월 전국 23개 병원에서 환자 78명이 발생했고 36명이 숨졌다. 모두 치사율이 50%에 가깝다.

급성간질성폐렴 소아환자의 증상은 이번에 임산부들이 경험한 증상과 비슷하다. 초기에는 감기와 비슷하고 1, 2주 안에 호흡곤란 등 중증으로 발전했다가 숨지는 데 보통 한 달 안팎이 걸렸다. 또 2∼6월 봄부터 이른 여름에만 발생했다.

다른 점도 있다. 소아환자의 평균연령은 26∼27개월로 매우 어렸지만 이번에는 20∼40대까지 다양하다. 또 소아환자는 남자가 더 많았지만 이번에는 여성이 대부분이었다.

오명돈 서울대 감염내과 교수는 “동일한 질환인지는 환자 증상뿐 아니라 영상검사 병리학 검사 등을 비교해봐야 알 수 있는데 문헌만으로는 알 수 없다. 보다 깊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질병관리본부는 유전자 검사를 진행하는 한편 이번에 검출된 바이러스를 동물에게 주입하는 실험도 실시한다. 모든 검사가 끝나는 두 달 뒤에야 최종 결론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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