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이번엔 기관사 가방까지 속썩이나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5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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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행 ‘제동장치 이상’ 신호… 운전석 옆 가방이 버튼 눌러

“선로 기관이 문제를 일으키더니 이번엔 가방마저….”

10일 오전 7시 50분 용산역을 출발해 광주역으로 향하던 KTX 열차를 몰던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소속 김모 기관사. 그는 출발 후 10분이 지난 8시경 얼굴이 새파래졌다. 열차 계기판에 갑자기 제동장치 이상을 나타내는 신호가 떴기 때문. 김 기관사는 두려운 마음에 어찌할 바를 몰랐지만 다행히 눈앞에 광명역이 보였다.

김 기관사는 열차를 광명역에 정차시킨 후 “운전실을 점검하겠다”는 안내방송을 내보냈다. 최근 잦은 열차 사고로 승객들이 불안해할 게 뻔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7분가량 열차를 점검한 후 아무 문제가 없자 그는 안도의 한숨을 쉬고 운행을 재개했다.

그것도 잠시, 김 기관사는 다시 놀랐다. 점검 때 아무 이상이 없었는데도 또다시 계기판에 이상 신호가 뜬 것이다. 그는 천안아산역에 정차한 뒤 또다시 “점검이 필요하다”고 방송을 한 후 8분가량 재점검을 실시했다. ‘두 번’이나 점검을 한다는 안내방송에 일부 승객이 동요하기 시작했지만 열차가 서 있는 상태라서 큰 혼란은 없었다.

재점검 결과 문제의 주범은 그의 가방이었다. 김 기관사는 출발 전 운전석 바로 옆에 승무용 가방을 내려놓았다. 이 가방이 옆으로 쓰러지면서 제동장치 버튼을 계속 누른 것. 이상신호가 계기판에 떴지만 시스템을 아무리 조사해도 문제가 나타나지 않았던 이유였다. 가방을 치우자 열차는 정상으로 되돌아왔다. 열차는 종착역인 광주역에 예정 시간보다 11분 늦게 도착했다.

가방 때문에 일어난 ‘웃지 못할’ 사고에 코레일 측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코레일 관계자는 “철도 시스템이나 차량 자체에는 문제가 없었다”며 “이런 일까지 발생하다니…”라면서 말을 잇지 못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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