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아파트서 터진 폭발물 정체는?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4월 3일 22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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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새벽 부산에서 송모(51) 씨가 헤어진 내연녀 A(36) 씨의 아파트를 찾아가 터트린 폭발물의 정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폭발물의 위력이 워낙 컸던데다 정밀감정 결과 밝혀질 폭발물의 종류에 따라 화약이나 폭발물 단속 및 관리를 맡은 관련기관의 부실한 관리에 대한 책임 추궁이 따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송 씨가 터트린 폭발물로 인해 A 씨의 철재 아파트 현관문이 휜 채로 통째 떨어져나갔고 폭발물이 터진 A씨의 아파트 현관문 앞바닥과 아래, 위층 복도의 천장도 움푹 파이거나 내려 앉았다.

건물 유리창도 폭발 압력에 산산조각 나 밖으로 떨어졌다.

송 씨의 시신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심하게 훼손됐고 A 씨 집 문 앞을 중심으로 아파트 복도 전체가 마치 폭탄을 맞은 듯 아수라장으로 변해 폭발물의 위력을 짐작케 했다.

새벽 시간 엄청난 폭음에 놀라 집을 뛰쳐나온 주민들은 "굉음에 마치 지진이 난것 같았다"고 당시를 기억했다.

송 씨가 난동을 부린다는 A 씨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 2명도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터진 폭발물에 부상을 입기도 했다.

이렇듯 위력이 크다 보니 군당국도 폭발물처리반(EOD)를 투입해 종류 파악에 나서 경찰, 국정원과 함께 사건 현장을 정밀 감식했다.

경찰은 화약 등 폭발잔해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내 감정 의뢰한 상태다.

경찰은 우선 송 씨가 경북의 모 댐 여수로 공사장에서 일용직 노동자로 일해 온 점으로 미뤄 건설현장에서 사용하는 다이너마이트를 가져와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해당 경찰서에 공조수사를 요청하는 한편 건설사에 직원을 급파해 폭발물 분실 여부 등을 파악하고 있다.

경찰은 폭발물이 터지기 직전 송 씨가 "배에 폭탄을 설치했다. 경찰이 왔다"는 전화를 했다는 A 씨의 진술에 따라 고성능 사제폭탄, 민간 허가 폭발물, 군용 다이너마이트일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국과수 정밀감식 결과가 나와야 정확한 폭발물 종류를 알 수 있다"며 "현재로선 모든 가능성을 열어둔 채 송 씨의 폭발물 입수경위를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이 A씨 아파트 입구에 설치된 폐쇄회로(CC) 텔레비전을 분석한 결과 송 씨가 폭발물로 추정되는 검은색 비닐봉지를 들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나 경찰의 완벽한 초동 조치 여하에 따라 사고를 막을 수 있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폭발사고 2시간여 전인 이날 오전 2시5분 경 A 씨는 "(송씨가) 현관문을 열려고 한다, 빨리 와달라"고 신고해 경찰관 2명이 출동해 술에 취한 송 씨를 진정시키고 자신의 차량으로 돌려보냈다.

그후 A 씨가 다시 경찰에 전화를 걸어 "(송씨가) 폭발물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해 송 씨와 그의 차량을 수색했으나 폭발물을 찾지 못했다.

CCTV 확인 결과 송 씨는 경찰관들에게 끌려 나오던 중 경찰관들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아파트 입구의 음식물 쓰레기통 옆에 검은 봉지를 숨긴 것으로 드러났다.

송 씨는 경찰이 철수하고 난 뒤 A 씨의 아파트로 다시 가 숨겼던 폭발물이 든 것으로 추정되는 비닐 봉지를 들고 가 터트린 것으로 보인다.

경찰 관계자는 "폭발물이 있다는 신고를 받고 수색했지만 비슷한 물체를 발견하지 못했고 처음 출동했을 때는 난동을 부린다는 신고여서 몸수색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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