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소외된 이웃 찾아서… 해경 관현악단 “출동”

  • Array
  • 입력 2011년 3월 24일 03시 00분


코멘트
인천 남동구 구월동 가천의대 길병원 1층 로비에서 해양경찰청 관현악단이 음
악을 연주하고 있다. 해양경찰청 제공
인천 남동구 구월동 가천의대 길병원 1층 로비에서 해양경찰청 관현악단이 음 악을 연주하고 있다. 해양경찰청 제공
15일 낮 12시 인천 남동구 구월동 가천의과대 길병원 1층 로비.

바이올린과 비올라 첼로 플루트 키보드를 든 해양경찰청 관현악단 단원 5명이 제복을 입고 등장했다. 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들을 위해 ‘새봄맞이 사랑 나눔 현악 5중주 음악회’를 열기 위한 것.

이날 키보드 연주를 맡은 배지원 경장(32)이 박상열(25), 김희원(23), 민경호 수경(23), 노영주 일경(24)을 소개한 뒤 첫 곡으로 ‘사랑의 인사’를 연주하자 환자와 보호자 등 관객들은 지그시 눈을 감고 감미로운 멜로디에 빠졌다. 이어 배우 알 파치노가 주연한 영화 ‘여인의 향기’ 주제곡이 빠른 템포로 연주되자 로비에는 즐거운 봄기운이 퍼졌다.

이날 단원들은 귀에 익숙한 클래식과 팝송 등 14곡을 잇따라 연주해 환자들에게 환상적인 앙상블을 들려줬다. 공연을 지켜본 박명자 씨(62·여)는 “아들 같은 젊은 단원들이 봄 향기가 물씬 나는 음악을 들려줘 잠시나마 투병의 고통을 잊을 수 있었다”며 “이런 음악회를 자주 열면 환자들에게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관 2명과 전투경찰 23명 등 모두 25명으로 구성된 해경 관현악단은 경비함 취역식 등 해경의 공식행사에서 음악을 연주하기 위해 1988년 창단됐다. 대학에서 관현악이나 음악을 전공하다 입대한 사람을 대상으로 공개 오디션을 거쳐 선발한다. 밴드에서 보컬로 활동했던 전직 뮤지션부터 전국 규모의 콩쿠르 대상 수상자에 이르기까지 단원 대부분이 쟁쟁한 실력을 갖췄다. 엄격한 심사과정을 거쳐 선발한 전문 연주자들이지만 하루에 6시간 이상을 연습한다. 무대에 서려면 평소에 연습을 소홀히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력이 높아지면서 창단 초기 해경 행사만 나가다가 이제는 전국에서 공연을 하고 있다. 마라톤대회와 같은 체육행사는 물론 문화축제 등 국민이 요청하면 어디든 찾아가 아름다운 하모니를 들려준다. 특히 장애인이나 노인 등 소외계층이 거주하는 사회복지시설은 한 곳도 빠뜨리지 않았다. 매년 전국을 돌며 50차례에 가까운 연주회를 펼쳐 왔다.

관현악단은 올해부터 ‘찾아가는 릴레이 음악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전국 14개 해양경찰서의 행사나 지방자치단체의 특별한 요청이 없으면 매달 2, 3차례 소외된 이웃을 찾아갈 계획이다. 30일에는 10인조 경음악단을 꾸려 인천지역 중증장애인수용시설인 ‘명심원’을 찾아간다. 또 해상치안을 맡고 있는 해경의 특수성을 살려 문화적 혜택을 받지 못하는 섬 지역 주민을 위한 작은 음악회도 정기적으로 열기로 했다. 구정호 관현악단장(43·경사)은 “음악은 연주자와 청중 모두를 행복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며 “앞으로도 음악을 필요로 하는 곳이 있으면 어디든지 달려가 연주하겠다”고 말했다.

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