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아빠가 23년간 엄마 폭행”…딸이 인터넷에 폭로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3월 3일 11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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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은 폭력 가장이었을 뿐만 아니라, 부인과 자식을 궁지로 내몰아 무참히 버린 사람이다. 엄마를 폭행해 갈비뼈를 부러뜨리기도 했다."

대학에 다니는 딸이 청주시청 공무원인 아버지가 23년간 어머니를 상습적으로 폭행했다는 충격적인 내용을 인터넷에 폭로해 진위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A 씨가 청주시청 인터넷 홈페이지 '청주시에 바란다'에 아버지를 고발한 글을 올린 것은 지난달 28일 오후 9시30분.

A 씨는 이 글에서 "저는 이 공간에 한 사람을 폭로하려고 합니다. 저는 약 1년 전까지 그 사람의 자식이었지만, 현재는 버려진 자식입니다"라고 말문을 연 뒤 A4 용지 8쪽에 달하는 아버지 B 씨의 23년 동안의 행태를 낱낱이 폭로했다.

A 씨는 "아직까지 기억나는 큰 사건이 있다. 엄마와 아빠가 왜 다툼이 시작된 건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가계부가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기억한다. 아빠가 엄마를 발로 차고 머리를 잡아당기며 난폭하게 폭행했다. 엄마 갈비뼈 2개가 부러진 적도 있다"고 어린시절 기억을 떠올렸다.

또 "아빠는 의처증이 매우 심했다. 엄마가 쓰레기 버리러 잠깐 나가거나 슈퍼에 가는 동안에 아빠에게 전화가 오면 아빠는 엄마를 의심했다. 아빠는 어디에도 있지 않은 '어떤 놈'을 항상 찾았다. 당연히 엄마에게 여가시간이란 존재하지 않았다. 그저 집에 있어야만 했다. 그래야 아빠가 욕을 하지 않고 폭력을 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고 폭로했다.

이어 "아빠가 엄마에게 생활비를 주지 않았다. '내가 번 돈을 왜 너에게 줘야하냐'며 자신의 주장을 당당하게 앞세웠다"며 "엄마가 돈벌이를 하면서 아빠는 점점 그 돈에 욕심을 내기 시작했다. 항상 월급의 절반 정도는 가져야 만족했다. 돈을 안주면 밥상을 던지는 것뿐만 아니라, 엄마에게 욕하고 폭행하고 사람의 피를 말릴 정도였다"고 고발했다.

"아빠는 친정의 덕을 보지 못하는 것에 대해 은근히 엄마를 구박했다. 다른 친정집은 이렇게 해준다던데, 얼마를 준다던데, 왜 너는 못 해오냐 이런 식이었다"며 "만약에 유산을 바라고 있는 것이라면 아빠는 정말 양심이 없는 사람이다"고도 했다.

"제가 고등학생이었을 때 야간자율학습을 끝내면 엄마는 항상 저를 데리러 왔다. 야자가 11시에 끝나고 집에 오면 11시30분 정도가 된다. 하지만 아빠는 문을 열어 주지 않았다. 엄마가 문을 두드리고 빌었지만 아빠는 문을 열어 주지 않았다. 결국, 엄마와 저는 차에서 자야 했다"고도 했다.

A 씨는 또 "엄마에게 들었는데 제가 기숙사에 있는 동안 아빠는 야구 방망이로 온 집안을 때려 부수었다. 겁에 질린 엄마는 방문을 잠그고 숨어 있다 결국 경찰에 신고했다. 아빠는 다음날부터 남편을 경찰에 신고했다고 엄마를 더 괴롭혔다"고 전했다.

A 씨는 마지막으로 "저는 한 사람에게서 엄마를 구하고 싶은 마음뿐이다. 그 동안 엄마 혼자서 아빠에 맞서기 위해 얼마나 벌벌 떨었을 지를 생각하면 마음이 너무 아프다"며 글을 맺었다.

하지만 이 글은 청주시 인터넷 홈페이지에 게재된 지 하루도 되지 않은 지난 1일 오후 삭제됐다.

대신 2일 오전 2시16분 '엄마와 아빠께 죄송합니다'란 제목의 사과의 글이 올라왔다.

A 씨는 이 글에서 "제가 사실도 아닌 글을 기재함으로써 생긴 불미스러운 사건은 죄송합니다"라며 "요즘들어 아빠에게 꾸중을 많이 들었다. 아빠에게 반항심을 가져 해서는 안되는 일을 벌였다. 인터넷에 떠도는 글을 복사해 이름만 바꿔 올렸다"고 입장을 바꿨다.

그러나 사과의 글을 본 누리꾼들의 반응은 오히려 이미 삭제된 글의 진위 여부에 더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 글은 2일 오후까지 수백건의 조회수를 기록하는 등 관심을 집중시켰으나 어느 순간 앞서 올라왔던 고발글과 마찬가지로 삭제됐다.

<청주=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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