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세이상 4만9106명 ‘유령연금’ 전수조사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2월 21일 03시 00분


코멘트
국민연금공단이 20일 올해 안에 70세 이상 노령·유족연금 수급권자 및 중증 장애연금 수급권자에 대해 사실상 전수조사를 하기로 했다. 유족들이 노인과 장애인의 사망 사실을 숨기고 연금을 계속 받는 이른바 ‘유령 연금’을 막기 위해서다.

공단이 이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원희목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70세 이상 노령·유족연금 수급권자 및 중증 장애연금 수급권자 4만9106명 중 3만5036명에 대해 올해 안에 실태조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본보 19일자 A1면 참조
노인-장애인 사망 숨기고… 한국판 ‘유령 연금’


공단은 지난해 1만4070명을 대상으로 시범조사를 마쳤기 때문에 70세 이상은 사실상 전수조사를 하는 셈이다. 지난해 조사 결과 이미 사망한 127명 중 11명의 가족들에게 모두 5400만 원의 연금이 부당 지급된 사실을 확인했으며 이 중 2명에게 지급된 4200만 원은 아직 환수되지 않았다.

공단은 “올해 수급권자의 주소 또는 거주지를 직접 방문해 사망 여부를 확인할 예정이며 부정 수급이 확인될 경우 재산조사 및 압류 등 환수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공단이 이런 결정을 내린 데는 시범조사에서 드러난 ‘유령 연금’을 바로잡지 못할 경우 연금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잃을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실제로 ‘유령 연금’은 국민연금과 기초노령연금에서 계속 발생하고 있다.

▼ 기초노령연금 2만5880건 사망 미신고 부정수급 ▼


원 의원이 20일 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00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최근 10여 년 동안 국민연금에서만 ‘유령 연금’ 수급이 2만1611건 발생했다. 부당지급 총액은 2009년 6월까지 62억3423만 원이다.

또한 한나라당 박상은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기초노령연금의 경우 2008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 2만5880건의 ‘유령 수급’이 발생해 33억7384만 원이 부당하게 지급됐다.

기초노령연금 대상 부정 수급 사유 중 사망자 미신고에 따른 ‘유령 수급’은 전체의 49.1%를 차지해 가장 많았다. 국민연금의 경우에도 ‘유령 수급’은 부양가족연금 미해당자 부정 수급 다음으로 건수가 많았다.

공단이 이번에 전수조사를 하겠다고 했지만 모든 ‘유령 수급자’를 적발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공단이 2009년 7월 국민연금 ‘유령 수급자’의 사망 당시 연령을 분석한 결과 70세 이상은 25.8%에 그치고 있다. 정확한 조사를 위해서는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70세 이하까지 조사 범위를 확대해야 하지만 인력이 부족해 실시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또한 이번 전수조사는 국민연금에만 국한되기 때문에 기초노령연금 유령 수급자는 적발할 수 없다. 국민연금(국민연금공단)과 기초노령연금(지방자치단체)의 관리 주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지난해 8월 현재 79만9772명이 국민연금과 기초노령연금을 함께 받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관리 주체만 통합해도 한 번의 조사로 두 가지 유령 수급자를 적발할 수 있는데 기회를 놓치고 있는 셈이다.

한나라당 손숙미 의원과 민주당 최영희 의원은 국민연금공단이 이 두 연금을 통합 관리하는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아직 계류 중에 있다. 이들은 “기초노령연금을 담당하는 지자체 사회복지담당공무원이 노인, 장애인, 아동, 보육 업무 등 10개 분야 46종에 달하는 과다한 사회복지업무를 담당하고 있어 관리주체를 국민연금공단으로 통합하는 게 부정 수급을 막는 데 더 효과적이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사회복지통합관리망 신설 이후 자료 혼선에 따른 부정 수급은 줄었지만 처음부터 유족들이 사망자의 사망 사실을 허위로 신고할 경우 이를 적발하기가 힘들다는 점도 보완해야 할 점으로 꼽힌다.

원 의원은 “국민 혈세 낭비를 막고, 사회보장의 공정성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유령 수급자’를 막기 위한 정확한 실태조사가 필요하다”며 “효율적 관리를 위해 국민연금과 기초노령연금의 관리 주체를 일원화하는 제도 개선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여야는 이번 2월 임시국회에서 연금개선특위를 구성해 국민연금과 기초노령연금의 통합 등 다양한 연금 의제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