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수 아닌 반수?… 독한 마음 먹었다면 일찍 시작을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2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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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대입 하향지원 많아 반수생 늘듯

“대학수학능력시험 후 정시 대입 원서를 쓸 때는 겁이 나고 떨리기도 했어요. 다들 하향 지원한다고들 했고 저도 하향 지원했어요. 그런데 막상 합격하고 나니 아쉬움에 잠이 안 올 정도예요.”

김모 군(19)은 서울 시내 대학에 합격했지만 최근 재수학원 야간반에 등록했다. 1학기 동안 주중에는 대학생활과 재수생활을같이 하고 2학기부터는 휴학하고 재수 준비만 하겠다는 계획이다.

입시 전문가들은 김 군처럼 대학에 등록한 뒤 재수를 하는, 일명 ‘반수생(半修生)’이 올해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 하향 지원, 재수 기피, 반수생 늘어

어렵게 느껴진 수능의 여파로 2011학년도 대학 입시에서는 하향 지원이 두드러졌다. 합격한 대학에 만족하지 못하는 학생이 많을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등록을 포기하고 재수를 선택하기에는 2012학년도 수능의 수리영역 변화가 부담스럽다. 올해 반수를 택하는 수험생이 늘어날 것이라는 예상은 여기서 나온다.

김명찬 종로학원 입시전략연구소장은 “인문계의 경우 수리영역에서 미·적분을 새로 공부해야 하는 부담이 있으므로 재수보다는 안전한 반수를 택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라며 “반면 재수생 현황을 보면 작년에 비해 인문계는 줄고 자연계는 늘었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반수는 대학 1학년 1학기를 마친 뒤 6월에 시작한다. 대부분의 대학이 학생의 조기 이탈을 막기 위해 첫 학기에는 휴학을 할 수 없도록 규정했다. 단 국립대는 첫 학기 휴학이 가능한 경우가 있어 반수 시작 시점을 조금 빨리 잡을 수 있다.

올해 반수생은 변화하는 수리영역에 대비하기 위해 수능 준비를 서둘러야 한다는 불안감을 가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현실적인 조건을 먼저 따져보라고 조언한다.

우선 생각할 점은 반수를 하려는 이유다. 대학이 그냥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반수를 하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합격한 대학에 다니면서 자세히 살펴보고 자신이 목표로 하는 대학과 비교한 뒤에 판단해도 늦지 않다.

○ “철저한 통제와 규율이 중요”


반수생은 고3 수험생이나 재수생에 비해 극복해야 할 점이 많다. 우선 공부 시간이 절대적으로 적다. 고교와 다른 자유를 대학에서 즐기다 보면 여름부터 시작할 본격적인 수험생 생활이 어려워질지 모른다. 여기에 입시에 한 번 실패했다는 사실이 자신감을 떨어뜨리는 요소가 될 수 있다.

남영식 스카이에듀 입시전략연구소 본부장은 “이를 극복하는 데는 철저한 통제와 규율이 중요하다. 1학기에 재수생도, 대학생도 아닌 상태에서 어떻게 자기관리를 하는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일부 반수생은 무조건 재수학원에 등록하는 경우도 있지만 자기 통제를 하지 못하면 이마저도 실패하기 쉽다. 가장 좋은 방법은 스스로 원칙을 정하는 일이다. 주말에는 입시 준비를 한다거나 저녁에 몇 시간은 취약 과목을 공부한다는 식의 자기 원칙이 필요하다.

학습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반수생이 좋은 성과를 거두려면 1학기를 완전히 포기해서는 안 된다. 수시보다 정시에 집중할 생각이라면 학습량을 더더욱 늘려야 한다. 지난 수능에서 취약했던 과목을 위주로 공부할 필요가 있다. 인문계는 물론이고 자연계 수험생도 개편되는 수리영역에 맞춰 학습해야 한다.

올해 대입에서는 수시에서 충원 모집이 가능해지므로 수시의 비중이 더욱 커진다. 재수생이나 반수생도 마찬가지다. 지난 입시에서 수시에 합격했지만 최저학력기준을 채우지 못해 최종 불합격한 경우라면 수시에 재도전해 봐야 한다.

반수생이 6, 7월부터 입시 준비를 시작하면 당장 8월부터 원서접수를 시작하는 입학사정관제 전형까지 시간이 빠듯하다. 목표로 하는 대학의 입학사정관제 전형을 살펴보고 서류를 미리 준비할 필요가 있다.

대학 수업도 수시 면접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심층 면접을 하는 상위권 대학의 경우 대학 수준의 수학 과학 지식을 물어보므로 1학기 수업에서 얻은 지식을 정리하면 좋다.

남윤서 기자 bar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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