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한줄한줄에 담긴 ‘사랑의 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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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2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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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해양항만청 선상가족-일반인대상 편지공모-시상

가족들의 사연을 수시로 전달할 수 있도록 영도등대 해양문화공간에 설치될 ‘안전항해 기원 사랑의 우체통’.사진 제공 부산해양항만청
가족들의 사연을 수시로 전달할 수 있도록 영도등대 해양문화공간에 설치될 ‘안전항해 기원 사랑의 우체통’.사진 제공 부산해양항만청
어머니의 따뜻한 손길, 속 깊은 남편과 사랑스러운 아내의 배려 깊은 마음. 가슴 찡한 사연들이 ‘편지’를 통해 겨울 한파를 녹인다. 짧은 글 한 토막이 가족을 사랑의 끈으로 묶고,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는 힘이 되고 있다.

부산지방해양항만청이 선상 가족과 일반인 대상의 ‘가족 간 사랑이 담긴 편지’ 공모를 통해 9편을 뽑아 최근 시상했다. 최우수 1편, 우수 3편, 장려 5편으로 선정된 편지는 한결같이 따뜻한 가슴으로 깨어 있기를 바라는 가족 간 정(情)을 연결하는 아름다운 사연들이었다.

이상희 씨(37)는 결혼 후 한 번도 전하지 못한 남편 강점훈 씨(41)의 뒷모습을 애틋하게 그려 최우수상을 받았다. “어느덧 깊게 파인 주름살을…, 얇아진 다리를…, 당신의 땀 냄새 나는 작업복을…, 당신의 낡은 트럭을…, 초라하게 여겼던 나를 깊이 반성합니다”로 시작된 편지는 “당신의 일터엔 겨울바람이 살갗을 뚫고 뼛속 깊이 파고들겠죠. 이제 우리 둘이서 그 바람과 맞서 봐요”라며 끝을 맺었다. 이 씨는 음료 배달을 하는 남편 강 씨가 겨울방학 등대체험에 참여해 보자고 제안해 해양항만청 홈페이지를 방문했다가 응모했다.

서영혜 씨(48)는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여자로선 힘든 한국해양대에 진학한 딸 박재원 씨(22)에게 어머니 마음을 전했다. “군대 생활과 같은 해양대에서 네가 버티기엔 힘든 줄 알면서도 말리지 못했다. 미안하다 내 딸아…”라며 “이제 네가 개척해야 하고 도전해야 할 세계이며 삶의 터전인 바다를 향해 힘차게 달려가라”고 용기를 북돋았다.

현대상선 승무원인 김외진 씨(53)는 멀리 인도양에서 고향을 지키고 있는 부인 심명희 씨(50)에게 결혼 30주년을 축하해 주지 못한 미안함을 편지로 대신했다. 그는 “당신이 있어 내가 갈 곳이 있고, 당신이 있는 곳이 또 내가 돌아가야 할 곳”이라며 “지나가는 바닷바람에 변함없는 사랑을 다 실어 보내지 못해 미안하다”고 덧붙였다.

4개월 전 결혼한 이선영 씨(32)는 항해를 나간 남편 주명호 씨(28)에게 “당신의 배가 항상 무사하기를, 날씨가 화창하기를, 갑작스러운 태풍이나 해일을 만나지 않기를, 당신이 타고 있는 슈프림호의 컨테이너가 만선이 되기를 기원한다”며 신혼의 사랑을 전했다.

부산해양항만청은 응모 편지를 책자로 만들어 선원과 가족에게 전달하고 해양문화공간 홈페이지에도 소개할 예정이다. 또 즐거울 때나 힘들고 괴로울 때 곁에서 위로해 주지 못하는 선원 가족 사연을 수시로 전달할 수 있는 ‘안전항해 기원 사랑의 우체통’을 영도등대에 설치할 예정이다.

부산=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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