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체류 외국인 신생아들 한국국적 불법 취득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1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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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인 28명에 허위 출생증명서 발급뒤 본국 송출
의사-브로커 낀 조직 적발… 경찰 “다른 조직도 수사”

불법체류 베트남인이 낳은 아기에게 한국 국적을 불법으로 취득하게 해준 뒤 베트남으로 보낸 브로커와 의사 등 일당이 적발됐다. 경제적 사정 때문에 당장 한국에서 키우기는 힘들지만 나중에 신생아가 성장해 한국으로 돌아오면 초중학교 무상교육과 취업 등 갖가지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점을 노린 것이다. 경기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베트남 신생아 허위 국적 취득 및 송출 브로커 총책 김모(39) 남모 씨(56), 베트남인 응우옌 씨(37·여) 등 3명을 사문서 위조 혐의로 구속했다. 또 출생증명서를 허위로 발급해준 의사 김모(43·성남 J산부인과) 정모 씨(46·시흥 E산부인과) 등 2명과 베트남인 모집책, 부모대행 노숙인, 베트남인 신생아 부모 등 28명을 허위진단서 작성 등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총책 김 씨 등은 지난해 7월부터 최근까지 불법 체류 기간에 출산하거나 국제 결혼한 상태에서 집을 나와 자국인과 동거 중에 혼외 출산한 베트남인들에게 출산증명서 등을 허위로 발급해주고 신생아에게 한국 국적을 취득하도록 해줬다. 이후 신생아는 송출조직원을 통해 관광 비자를 받은 뒤 베트남 친인척에게 보내졌다. 이들은 이런 수법으로 현재까지 28명의 신생아를 베트남으로 보냈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인천 부평구 십정동에 JS컨설팅이란 사무실을 차려놓고 지역별 의뢰자 모집책과 부모대행 노숙인 모집책, 베트남 신생아 송출담당 직원 등을 두고 건당 700만 원을 받고 범행을 저질렀다. 이들은 경찰에서 지금까지 대략 600여 명을 보냈거나 보내려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모집책과 의뢰자는 대부분 베트남 식품점이나 쌀국수점 등 베트남인 커뮤니티를 통해 만난 뒤 암암리에 거래를 해왔다”고 말했다.

이들은 또 출생증명서 발급 때 집에서 출생한 것처럼 위장하면 보증인 2명만 있으면 된다는 점을 이용해 사무실 직원 부인을 보증인으로 내세우는가 하면 부모를 대행할 노숙인 모집이 여의치 않자 서로 다른 부모의 신생아에게 똑같은 옷을 입혀 쌍둥이로 국적을 취득하게 한 경우도 있었다.

경찰은 총책 김 씨가 “우리 말고도 다른 불법송출 조직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진술함에 따라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경찰은 또 2008년 9월부터 올해 9월까지 2년간 한국 국적을 취득한 만 3세 미만 어린이가 베트남으로 출국했다가 아직 입국하지 않은 경우가 1700여 건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하고 이들에 대한 추적도 계속하고 있다.

수원=남경현 기자 bibul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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