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통]원룸침입 20대, 잠든 여성 깨워 성폭행하려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0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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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왜 그렇게 사나” 훈계듣고 줄행랑

지난달 23일 오전 6시 반경 전남 여수시의 한 원룸주택. 스타킹을 얼굴에 쓴 남자가 창문을 열고 침입했다. 그는 집 주인인 A 씨(34·여)가 잠들어 있는 것을 확인하고 옷장 등을 뒤져 현금 40만 원을 챙겼다. 그런 다음 성폭행하기 위해 A 씨를 팔꿈치로 찔렀으나 여전히 잠을 자고 있자 “야! 너는 이 상황에서 잠이 오냐”며 고함을 질렀다. 깨어난 A 씨는 “너는 누구냐”며 담담하게 응수했다. 또 “왜 세상을 그렇게 사느냐”고 훈계하자 괴한은 당황했다. 괴한이 움찔하는 순간 A 씨는 자신의 지갑에서 15만 원을 꺼내 “이것도 가져가라”며 건네고 누웠다. 또 한 번 당황한 괴한이 뒷걸음질을 치자 A 씨는 “야! 얼굴에 스타킹을 쓰고 나가면 이웃들에게 붙잡히니 벗고 가라”는 조언까지 했다. 질겁한 괴한은 건네받은 15만 원을 A 씨 베개 옆에 놔두고 줄행랑을 쳤다. A 씨로부터 피해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범행현장에 버려져 있던 담뱃갑에서 괴한의 지문을 채취해 신원을 확인한 뒤 탐문수사를 거쳐 이달 8일 고모 씨(24)를 붙잡았다.

광주지검 순천지청은 고 씨를 특수강간 미수 혐의로 구속기소한 뒤 재판을 진행하고 있다고 29일 밝혔다. 고 씨는 검찰조사에서 “성폭행을 하려 했으나 A 씨의 대담한 행동에 겁이 나 범행을 포기했다”고 진술했다. 반면 A 씨는 “술에 취해 자고 있던 상황이어서 나도 모르게 용기를 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순천=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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