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신교 신자들 봉은사서 “우상타파” 동영상 제작 파문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0월 27일 03시 00분


‘봉은사 땅 밟기’ 유튜브 등 통해 확산… 불교계 거센 반발

사찰 내에서의 개신교식 기도 등으로 최근 불교계의 반발을 불러일으킨 동영상 ‘봉은사 땅 밟기’. 유튜브 동영상 캡처
사찰 내에서의 개신교식 기도 등으로 최근 불교계의 반발을 불러일으킨 동영상 ‘봉은사 땅 밟기’. 유튜브 동영상 캡처
개신교 신자가 서울 강남구 삼성동 봉은사에 들어가 개신교식 기도와 함께 우상타파 등을 주장하는 내용을 담은 이른바 ‘봉은사 땅 밟기’ 동영상이 불교계의 반발 속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6분 30여 초 분량인 이 동영상은 참석자들이 봉은사 대웅전 안팎에서 기도하는 장면들과 소감을 담고 있다. 이 동영상은 최근 봉은사 일요법회에서 공개돼 존재가 알려진 뒤 온라인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와 인터넷 포털 등을 통해 빠르게 퍼져나갔다.

자신들을 ‘찬양인도자학교 하나님의 향기6조’라고 소개한 이들은 동영상에서 “서울 한복판에 이렇게 크게 우상숭배를 하는 곳이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이 땅은 회복될 것이며 하나님은, 그리고 우리는 승리할 것”이라는 등의 소감을 밝혔다.

이에 대해 한 누리꾼은 “봉은사에서 일어난 ‘땅 밟기 기도’는 미숙함이 빚어낸 해프닝일 수도 있지만 이 사건은 이제는 숨길 수 없이 한국 개신교의 한 부분이 되어버린 ‘공격적 선교’를 그대로 대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찬양인도자학교를 주관하는 예배사역단체 ‘에즈37’의 홈페이지는 현재 다운된 상태다. 이 단체의 한 관계자는 한 매체와의 통화에서 “무례한 행동으로 교회와 불교계에 피해를 줘 대단히 송구스럽다”면서 “곧 동영상에 나오는 신자들과 봉은사를 찾아가 사과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봉은사 측은 “어떤 경로를 통해 사과했는지 모르지만 절차를 밟은 공식적인 사과는 없었다”면서 “사과한다고 그냥 끝날 문제만도 아니다”고 말했다.

조계종 종교평화위원회는 26일 “봉은사 땅 밟기는 물론 최근 대구의 기독교단체에서 만든 ‘현장중보기도’라는 이름의 동영상에서 ‘동화사 등 우상이 창궐해 대구에서 참사가 일어났다’는 등 이해할 수 없는 동영상이 나돌고 있다”며 “책임 있는 대표자들이 공식적으로 불자와 국민들 앞에 사과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동영상=안상수 “불교계에 심려끼쳐 대단히 죄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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