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교장 돈요구·성희롱” 학운위 전원 분노의 사퇴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0월 18일 03시 00분


코멘트

“위원회 권한 무시도” 진정서… 서울시교육청 감사 착수

서울 영등포구의 A초등학교에서는 최근 학교운영위원회 학부모와 지역위원 7명이 모두 한꺼번에 사퇴했다. 이들은 사퇴 이후 “교장의 계속되는 돈 요구와 형식적 학운위 운영, 성희롱성 막말을 더 견딜 수 없다”며 서울시교육청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서울시교육청은 14일부터 해당 학교에 대한 감사를 벌이고 있다.

학부모들이 제출한 진정서에 따르면 이 학교 김모 교장은 지난해 4월 2기 학운위의 임기가 시작되자마자 위원장에게 “개교기념일인데 학교에 ‘교훈석’을 세우고 싶다. 강남이나 목동은 한두 장 쓰는데, 교훈석은 500만 원이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위원장인 학부모 권모 씨는 “위원장이 처음 된 상황에서 당황스러웠지만 아이를 학교에 보내놓은 부모 처지에서 거절하기 어려웠다”며 “1기 학운위가 700만 원을 걷어 시계탑을 설치했다고 하기에 학운위 위원들과 논의해 교훈석을 세웠다”고 말했다.

이후 교장의 요구는 계속됐다. 학운위 위원들은 “교사들과 상견례를 해야 한다”는 교장의 요구에 따라 출장 뷔페 비용으로 150만 원을 냈다.

진정서에 따르면 김 교장은 또 규정상 학운위에서 집행해야 하는 학교발전기금을 심의 절차 없이 사용했다. 학교 운동장을 이용하는 지역 족구단에 발전기금 200만 원을 받아 일부 교사들의 운동복을 구입하고 남은 돈으로는 술을 마셨다. 학교발전기금을 모으기 위한 알뜰바자회 수익금도 학운위 동의 없이 학생들의 티셔츠를 사는 데 썼다.

학부모들은 김 교장의 성희롱성 발언도 제기했다. 김 교장은 학부모들과의 술자리에서 “여자가 없으면 술을 안 마신다”고 말하거나 어깨가 드러난 옷을 입은 여성 학부모들에게 “여름엔 젊은 엄마들이 좀 벗어줘야 돼”라고 말했다. 바자회에서 젓갈을 맛보라고 권하는 학부모에게는 “나는 그 젓보다 다른 젓이 더 좋은데”라는 발언도 했다.

진정 내용에 대해 A초등학교 측은 “회계 운영과 발언에서 실수가 있었지만 덮어줄 수 있는 수준이었다”며 “학운위 위원은 당적을 보유해서는 안 되는데 위원장이 당적이 있었다는 점을 지적하자 극단적으로 나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남윤서 기자 baron@donga.com


곽노현 교육감 "교장 공모 심사에 교사 선호도 평가 반영"
▲2010년 8월25일 동아뉴스스테이션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