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국적-학과 달라도 온·오프라인 통해 한가지 미션 수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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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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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익대, 디자인-공학 협업 수업 ‘독특’

홍익대 ‘디자인-공학 협업 제품개발’ 수업을 듣는 홍익대 기계·시스템디자인공학과, 산업디자인학과 학생과 독일의 아헨공대 학생들이 온라인상에서 화상으로 회의하고 있다. 사진 제공 홍익대
홍익대 ‘디자인-공학 협업 제품개발’ 수업을 듣는 홍익대 기계·시스템디자인공학과, 산업디자인학과 학생과 독일의 아헨공대 학생들이 온라인상에서 화상으로 회의하고 있다. 사진 제공 홍익대
다른 학과, 다른 연령, 다른 국적의 사람들이 한 대학의 수업에서 만났다. 홍익대 ‘디자인-공학 협업 제품개발’ 수업을 듣는 한국과 독일의 예비 디자이너와 엔지니어가 바로 그들이다. 홍익대 기계·시스템디자인공학과, 산업디자인학과, 독일 아헨공대 기계공학과 학생 각 10명이 함께한 이 프로젝트 수업의 활동을 담은 논문이 최근 열린 국제 산학협력지원프로그램(PACE) 포럼에서 ‘우수 논문상’을 받았다. 이들은 어떻게 같은 수업을 들을 수 있었을까. 프로젝트는 어떻게 진행됐을까. 한 학기 동안 학생들이 얻은 결실은 무엇일까.

한국 시각 오후 4시, 독일 시각 오전 9시. 한 인터넷 사이트에서 ‘미래형 하이브리드 자전거’에 관해 학생들의 화상회의가 시작됐다. 전날 진행했던 자전거의 지붕에 관한 논의가 이어졌다. 학생들은 화면 한쪽에 채팅창을 열고 영어로 대화했다.

큰 화면에는 화이트보드 기능을 하는 창을 띄웠다. 학생들은 컴퓨터로 화면에 그림을 그렸다. 자전거에 지붕이 필요하다는 한 팀원은 “미래형 운송수단으로서 자전거이기 때문에 비나 바람을 막아주는 업그레이드된 기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다른 팀원은 “지붕을 만들면 비용이 많이 들 뿐 아니라 재료에 따라 제품의 완결성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대응했다.

홍익대 기계·시스템디자인공학과 05학번 박상우 씨(24)는 “수업을 통해 취업 후 현장에서 만나게 될 제품디자이너나 외국인 공학도와의 소통 방법을 미리 경험할 수 있었다”면서 “그들의 생각을 이해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수업은 2005년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PACE에 선정된 홍익대와 2008년 선정된 독일의 아헨공대가 공동으로 개설했다. 2개 국적, 2개 전공의 학생들은 온·오프라인에서 만나 한 학기 동안 한 가지 프로젝트를 수행한다. 학기 중 열흘씩 상대국을 방문해 직접 만나 온라인으로 논의됐던 내용을 설계하고 제작한다. 일반적으로 학생이 설계한 것을 제품으로 제작할 기회가 흔치 않은 만큼 수업은 인기가 높다. 정원이 정해져 있어 면접으로 수강생을 선발한다.

화상강의는 독일과 한국의 교수가 분담해 영어로 진행한다. 학생들은 4개조를 만들어 조별 토론 시간을 정해 메신저, 웹캠(인터넷에 연결된 카메라) 등으로 회의한다. 지난 학기에 학생들에게 주어진 미션은 ‘자전거’였다. 단 △바퀴가 세 개일 것 △전자모터와 리튬 배터리를 쓸 것 △고령자를 위한 편안한 형태일 것 △250만∼500만 원 가격대로 독특한 스타일로 만들 것 등 조건이 붙었다. 서울과 같은 대도시에서 운송수단으로 쓸 수 있어야 한다.

제작 과정에서 다른 환경과 문화 속에 있는 학생들의 의견차가 드러났다. 한국 학생은 “우리나라는 언덕이 많기 때문에 힘센 모터를 달아야 한다”고 주장했고, 아헨공대 학생들은 “독일엔 평지가 많고 유럽 법규에 따르면 자전거에 일정 수준 이상의 파워 모터를 달 수 없다”고 대응했다. 한편 산업디자인과 학생들은 미적 감각을 살리기 위해 자전거 프레임의 끝을 곡선으로 가늘게 하자고 제안했고 공학과 학생들은 프레임이 가늘면 차체가 약해져 안정성이 떨어진다고 반박했다. 서로를 설득하기 위해 학생들은 타당성 있는 자료를 준비해 제시했고 담당교수는 전문가적 시각에서 조언하며 조율했다.

이근 홍익대 산업디자인학과 교수는 “각기 다른 생각을 가진 학생들이 의견차를 좁히지 못하고 평행선을 이루다가 수업이 끝날 무렵 가까워졌다”면서 “공동의 프로젝트를 수행하기 위해 절충하는 법을 배운다”고 말했다.

임현준 홍익대 기계·시스템디자인공학과 교수는 “이 수업처럼 국제적인 프로젝트로서 미래의 디자이너와 엔지니어의 협업을 가르친 예는 없다”면서 “수강한 학생의 만족도가 매우 높고 수강생을 채용한 기업의 학생에 대한 평가도 매우 좋다”고 말했다.

봉아름 기자 er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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