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영어교실…수학교실…지리교실…미국-유럽 얘기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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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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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준별 반나눠 이동수업-듣고싶은 과목 선택 수강 좋아요
과목별 다양한 자료-교구 비치… 더 알찬 토론-실험-실습 수업”


《수업을 마치는 종이 울린다. 교사 대신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교실 문을 나선다.
복도에 있는 개인 사물함에 잠시 들렀다가 다음 수업이 있는 교실로 바삐 이동한다.
학생들이 도착하자 수업준비 중이던 교사가 반갑게 그들을 맞이한다.
교실 팻말에는 ‘○학년 ○반’이라는 학급 표기와 함께 과목명과 담당 교사의 이름이 적혀 있다. 교사가 아닌 학생의 이동이 이뤄지는 학교. 미국이나 유럽의 모습일까?
아니다. ‘교과교실제’를 도입한 우리나라 중·고등학교의 신개념 교육풍경이다.》

학생들이 수업 시간표에 따라 이동해 교과별 전용교실에 가서 수업을 듣는 교과교실제는 전국 647개 중고교에서 운영 중이다. 쉬는 시간에 이동 중인 경기 동백고 학생들.
학생들이 수업 시간표에 따라 이동해 교과별 전용교실에 가서 수업을 듣는 교과교실제는 전국 647개 중고교에서 운영 중이다. 쉬는 시간에 이동 중인 경기 동백고 학생들.
교과교실제는 교과별 전용교실을 두고 학생들이 수업 시간표에 따라 이동하면서 수업을 듣는 방식. 각 교실에는 해당 교과 교사가 상주한다. 그렇다고 담임이나 학급 개념이 아예 사라지진 않는다. 학생들은 학년과 반에 따라 자신이 소속된 교실로 일단 등교한다. 수학수업이 시작되면 수학교과실로, 영어수업이 시작되면 영어교과실로 가서 수업을 듣는다. 한 교실이 학급이자 특정 교과실로 이중 기능을 하는 셈.

교과교실제는 공교육 내실화를 목적으로 올해 3월부터 본격 도입됐다. 현재 전국 5267개 중고교 중 647개교에서 시행 중이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최근 교과교실제 우수학교 48개교를 발표하면서 경기 동백고, 서울 방화중, 경기 성사고, 대구 영진고 4곳에 대상을 주었다. 교과부 관계자는 “학생 중심 수업이 다양하게 이뤄졌는가, 교실 수업이 창의적으로 개선됐는가, 교실 환경이 적절하게 구성됐는가 등을 평가했다”고 말했다.

한 학기가 지난 지금 교과교실제의 교육적 성과를 가시적으로 확인하기는 이르다는 게 중론이다. 하지만 대상 수상 학교들의 사례는 교과교실제가 기존의 수업방식과 비교했을 때 가지는 경쟁력을 뚜렷이 보여준다. 그 경쟁력은 무엇일까?

◆ 책상마다 놓인 현무암 덩어리

경기 동백고의 신미연 지리 교사는 지난 1학기에 암석 세트를 구비해 전용 교실에 뒀다. 화산 지형을 가르칠 때 쓰기 위해서다. 그는 학생들이 오기 전 미리 현무암 하나씩을 교실 책상에 올려놓았다. 교실에 도착한 학생들은 곧바로 현무암을 직접 만져보며 수업을 들었다.

“학생 한 명이 돌발적으로 지난 시간에 배운 암석과 현무암의 차이를 질문했어요. 그 자리에서 돌을 꺼내 두 암석을 비교 설명했죠. 예전처럼 교무실에 가야 교구를 가져올 수 있다면 그런 수업은 불가능할 겁니다.” 신 교사의 설명이다.

이처럼 과목별로 특성화된 전용교실이 있어 다채로운 방식의 수업, 학생 중심의 수업이 가능한 것은 교과교실제의 가장 큰 이점이다. 교사들은 수업자료 및 교구들을 교실에 비치해 두고 수업 중 언제든지 활용할 수 있다.
서울 방화중은 학생 이동 편의를 위해 교실 위치 확인 시스템을 마련했다(왼쪽). 경기 동백고 영어 전용교실의 모습(오른쪽).
서울 방화중은 학생 이동 편의를 위해 교실 위치 확인 시스템을 마련했다(왼쪽). 경기 동백고 영어 전용교실의 모습(오른쪽).

서울 방화중의 현지선 국어 교사도 전용 교실이 생긴 후 수업방식이 다양해졌다. 대표적인 것이 국어사전 활용하기. 국어교과실 뒤편의 책장에는 국어사전 35권이 꽂혀 있다. 수업을 들으러 온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사전을 빼들고 자리에 앉는다. 현 교사는 교과서에서 어려운 단어가 나올 때마다 학생들이 사전을 펼쳐 뜻을 확인하도록 지도한다. 책상 재배치 등 준비시간이 필요한 토론이나 조별탐구 수업도 늘었다. 학생들이 이동하는 쉬는 시간 10∼15분에 미리 수업준비를 마칠 수 있어 온전한 수업시간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

경기 동백고는 이처럼 수업의 질을 높인다는 교과교실제의 본래 취지를 100% 살리고자 ‘블록타임제’를 함께 도입했다. 두 시간 수업을 90분으로 묶었다. 수업시간이 1시간 반으로 늘어나자 실험·실습·발표·토론 등 다양한 수업의 진행이 수월해졌다.

동백고 양영평 교감은 “선생님이 강의하면 학생들이 일방적으로 받아들이는 주입식 교육에서 벗어나 학생 참여형 교육이 늘어났다”면서 “이런 수업이 계속되면 학생들의 창의력과 사고력도 향상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 선생님에게 개인과외를 받는 기분

학생들이 생각하는 교과교실제의 최대 강점은 무엇일까?

김상근 군(17·경기 동백고 2)은 “교실에 해당 교과 선생님이 항상 계시니까 모르는 문제를 질문하거나 상담을 하기 위해 선생님을 찾아가는 횟수가 2∼3배 늘었다”면서 “공강 시간이나 점심시간에 선생님과 일대일로 만나니 따로 학원을 다니지 않아도 개인 과외를 받는 기분”이라고 답했다. 김 군은 “공부한 만큼 점수가 나오지 않아 국어를 싫어하는 편이었는데 선생님과 친해지고 나서는 조금씩 좋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수준별 수업이 이뤄지고 개인이 듣고 싶은 선택 과목을 고를 수 있어 학생 스스로 자신의 수준과 흥미에 따라 시간표를 짤 수 있다는 점도 교과교실제의 특징이다. 시행 첫 학기인 만큼 학생들이 이동할 때 어수선하다는 점 등 문제점도 발견된다. 방화중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려고 ‘원격 정보제공 시스템(RFID)’을 마련해 좋은 평가를 받았다. 학생들은 교내 곳곳 설치된 터치스크린에서 다음 수업을 들을 교실 위치를 확인할 수 있다.

방화중 이경현 교무부장은 “교과교실제의 장점을 잘 살린다면 공교육의 경쟁력을 더욱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교과부는 올해 운영성과를 바탕으로 교과교실제 확대 도입을 검토할 계획이다. 2011년부터 개교하는 학교 건물들은 교과교실제 운영이 가능한 구조로 지어진다.

장재원 기자 jjw@donga.com
[알림] 서울-대전-광주-대구-부산서
특목고 판도 예측 및 고교전략 설명회 엽니다


동아일보사와 특목고 영재교육원 입시 전문업체 ㈜하늘교육이 공동 주최하는 ‘특목고 판도 예측 및 고교 전략 설명회’가 26일 오후 2시 서울 성균관대 600주년 기념관 새천년홀을 시작으로 대전 광주(이상 27일) 대구부산(이상 30일) 등 5개 도시에서 열린다. 초중학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이번 설명회에선 △외고 입시판도예측 및 합격선 추정 △2011 과학영재학교 입시 분석에 따른 과학고 대비전략 △자율형사립고 확대에 따른 변화 예측 및 고교 선택 전략 등을 집중 소개한다. 참가신청 및 지역별 일정 확인은 인터넷 홈페이지(www.edusky.co.kr). 인터넷 접수자에 한해 현장에서 자료집을 제공한다. 문의 02-761-3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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