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수학능력시험 100일을 앞두고 학생들은 새롭게 공부의지를 다지기 위해 다양한 이벤트를 준비한다. 최근엔 학교 차원에서 격려의 시간을 마련하기도 한다. 사진은 지난해 부산 경혜여고 ‘수능 D-100 합격 기원 한마당’ 행사 장면. 사진 제공 경혜여고
《고3인 이모 군(17·서울 은평구)은 얼마 전 보석가게에서 같은 학년 여자친구에게 줄 반지를 구입했다. 반지를 사는 데 쓴 돈은 7만 원. 한 달 동안 군것질을 하지 않고 교통비를 아껴 모은 돈이다. 기념일을 맞이해 여자친구에게 선물할 커플링을 산 것일까? 아니다. 이 군은 ‘수능 D-100 합격기원 선물’로 반지를 산 것이다. 이 군은 “수능 공부에 지친 여자친구가 힘을 낼 수 있도록 특별한 선물을 하고 싶었다”면서 “응원의 메시지로 반지 안쪽에 여자친구가 목표로 하고 있는 대학 이름을 새겨 넣었다”고 말했다.》 2011학년도 수능이 100일 앞으로 다가왔다. 올해 수능을 치르는 고3은 점수를 단 1점이라도 올리기 위한 ‘막판 스퍼트’ 공부를 하는 데 분주하다. 수험생이 ‘100일 동안 최대한 점수를 올리는 공부법’만큼이나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수능 D-100 합격기원 이벤트’다. 이들은 그동안의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새롭게 공부의지를 다지기 위해 저마다의 이벤트를 준비한다.
대표적인 이벤트는 선물 교환. 전통적인 선물은 ‘합격 떡’과 ‘합격 엿’이다. ‘시험에 꽉 붙어라’란 의미다. 최근엔 떡과 엿 대신 ‘수능 때까지 건강을 챙겨라’란 의미에서 비타민 제품을 선물하기도 한다. 남은 100일 동안의 계획을 세울 수 있는 ‘100일 다이어리’, 수능까지 남은 날짜를 자동으로 계산해주는 ‘수능 전자시계’ 등 아이디어 상품도 있다.
최근엔 많이 사라졌지만 ‘수능을 앞두고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랜다’는 명분으로 ‘백일주(酒)’를 마시는 수험생들도 있다. 최근 이런 백일주 풍속도에 변화가 생기고 있다.
고3 김모 양(18·서울 서초구)은 친구 7명과 함께 다가오는 토요일에 백일주를 마시기로 약속했다. 그 날 마실 술도 미리 ‘확보’해 뒀다. 김 양과 친구들이 준비한 술은 소주나 맥주가 아닌 무알코올 ‘와인’이다. 김 양이 백일주로 무알코올 와인을 준비한 이유는 뭘까.
“친구들과 ‘수다’를 떠는 게 백일주를 마시는 주된 목적이거든요. 3학년이 되면서 수능 준비 때문에 서로에게 조금 소홀해졌어요. 서로 어떤 목표를 갖고 있는지 대화하면서 공부의지도 다지고 응원도 하고….”
수능 합격기원 이벤트로 바쁜 건 비단 고3뿐만이 아니다. 고2 역시 선배들의 ‘수능 대박’을 위한 준비로 분주하다.
경기 효원고 디자인 동아리 ‘DS’의 2기 기장인 이하윤 양(17)은 며칠 동안 100일 뒤 수능을 치를 선배들을 위한 선물을 준비하느라 바빴다. 이 양은 “올해 수능을 치르는 3학년 선배들이 동아리가 생기고 난 후 첫 수험생이라 남다르다”면서 “이런 이유로 다른 동아리보다 더욱 특별한 선물을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DS가 준비한 선물은 바로 ‘롤링페이퍼’와 ‘합격 떡’.
롤링페이퍼는 디자인 동아리답게 손바닥 크기의 작은 책처럼 만들었다. 이 양은 “동아리 부원 30여 명이 ‘수능 열심히 보세요’ ‘끝까지 건강 나빠지지 않게 조심하세요’ 등의 응원문구와 함께 각자의 개성을 살린 페이퍼를 만들었다”면서 “시험 삼아 수능 D-200 기념으로 선배에게 선물했는데 모두 ‘진심이 느껴진다’고 해 뿌듯했다”고 말했다.
떡도 단순히 가게에 가서 만들어진 것을 사는 게 아니다. 각자 집에서 조금씩 가져온 쌀로 합격 떡을 만들어 선배를 일일이 찾아가 전해줄 예정이다. 평범한 선물처럼 보이지만 동아리의 특성과 후배의 진심이 담긴 선물인 셈이다.
고3 수험생을 응원하기 위해 학교 차원에서 격려의 시간을 마련하기도 한다. 부산 경혜여고가 5년째 진행 중인 ‘수능 D-100 합격 기원 한마당’이 그런 예다. 이 학교 교사와 학생회 임원들은 약 한 달 전부터 어떤 이벤트가 고3에게 도움이 될지에 대해 논의하고 행사를 준비한다. 지난해에는 △고3 수험생이 자신의 희망을 쓴 종이를 한 군데 모아서 태우는 ‘합격기원 촛불행사’ △학부모, 3학년 담임교사, 후배들이 수험생에게 응원 메시지를 전달하는 ‘편지 낭독 시간’ △지역 내 인기 비보이팀과 인근 고교 밴드를 초청한 다양한 공연 등을 진행했다. 올해는 신라대 무용과, 동아대 중창단 동아리 등 대학 선배들의 공연이 10일 오후 열릴 예정이다.
이 학교 이용철 교감은 “간혹 학생들이 백일주를 마신 탓에 문제를 일으키는 모습을 보고, ‘학교 차원에서 격려 행사를 마련하면 이런 부작용을 줄일 수 있겠다’란 생각에 마련한 행사”라면서 “학생들이 행사를 통해 의지를 다지고 원하는 대학에 진학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매년 행사를 준비한다”고 말했다.
행사에 대한 학생들의 반응은 긍정적인 편이다. 올해 선배를 위한 응원 편지 낭송을 준비하는 이 학교 부회장 최해운 양(17)은 “행사를 통해 전교생이 진심으로 선배들을 격려하고 응원한다”면서 “고3 선배들이 얼마나 초조하고 불안할지 느끼면서 나 또한 공부의지를 새롭게 다지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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