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로 멍든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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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4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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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921척 피해
1년새 2.5배 급증

어선이 75%-보트 요트 순
고장이 절반… 선박검사 구멍
인명피해 직결 충돌은 6배↑

2월 22일 오후 11시경 경남 통영시 욕지도 남쪽 약 10km에서 40t급 어선에 불이 나 긴급 출동한 해경 경비함이 불을 끄고 있다. 이날 사고로 선원 9명 가운데 2명이 숨졌다. 사진 제공 해양경찰청
2월 22일 오후 11시경 경남 통영시 욕지도 남쪽 약 10km에서 40t급 어선에 불이 나 긴급 출동한 해경 경비함이 불을 끄고 있다. 이날 사고로 선원 9명 가운데 2명이 숨졌다. 사진 제공 해양경찰청
2월 27일 오후 2시 25분경 제주로 가던 1500t급 모래운반선 대양호가 충남 보령시 외연도에서 서북쪽으로 약 15km 떨어진 해상에서 침몰했다. 인천으로 가던 4000t급 모래운반선인 오션101호와 충돌한 것. 이 사고로 운반선에 타고 있던 선원 9명 가운데 3명이 숨지고 2명은 실종됐다.

해경이 사고 원인을 조사한 결과 이날 사고 해역에는 짙은 안개가 끼어 있어 시계가 20m에 불과한데도 두 선박 모두 항해등을 켜지 않고 운항하다 사고가 난 것으로 밝혀졌다. 또 같은 달 16일에는 경남 거제시 지심도 앞바다에서 39t급 저인망어선이 전복되는 사고가 발생해 선원 2명이 숨지고 4명은 실종됐다. 해경은 건조한 지 오래돼 낡은 선박에서 무리하게 어망을 끌어올리다 발생한 사고로 추정하고 있다.

○ 늘어나는 해양사고

올 들어 바다에서 선박이 암초에 부딪히거나 선박끼리 충돌한 뒤 침몰하는 등 해양사고가 빈발하고 있다. 1∼3월 전국에서 해양사고를 낸 선박은 401척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26척보다 77%(175척) 증가했다.

올해뿐 아니라 지난해에도 해양사고가 크게 늘어났다. 2008년 사고 선박 수는 767척이었으나 지난해에는 1921척으로 150%나 급증했다. 지난해 해양사고를 선박별로 분석한 결과 어선이 1445척으로 75.2%를 차지했다. 다음은 해양스포츠가 인기를 끌면서 급속하게 보급되고 있는 보트, 요트와 같은 레저기구가 204척으로 많았으며 화물선(168척)과 유조선(22척), 여객선(11척) 등이 뒤를 이었다. 사고 유형은 조타기와 스크루 등 선박기관 고장이 1016척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운항 부주의에 따른 충돌(372척)과 침수(167척), 좌초(95척), 화재(88척), 전복(58척) 등으로 나타났다. 대부분 선박이 침몰해 대형 인명 피해를 내는 충돌사고는 2008년(64척)보다 6배 가까이 급증했다.

○ 문제점과 대책은

해경은 기관 고장에 따른 사고가 많이 발생하는 것은 어선의 대다수가 소형 선박으로 건조된 지 오래됐기 때문으로 풀이하고 있다. 지난해 사고를 낸 어선 가운데 5t 미만 소형 어선은 783척으로 2008년(257척)보다 3배로 늘었다.

이에 따라 선박 검사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선박안전법 등에 따르면 모든 선박은 규모에 따라 1∼5년에 한차례씩 한국선급이나 한국선박검사기술공단과 같은 기관에서 안전성 검사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정기검사를 받은 선박도 기관 문제로 사고가 자주 발생하고 있어 선박검사가 허술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특히 2t 미만 선박은 운항자격증이 없이 운항할 수 있기 때문에 운항자의 항법이나 안전의식, 위기대처 능력 등이 떨어져 사고가 자주 발생한다는 것이다.

또 선박 검사나 각종 기관을 수리하려면 조업에 차질을 빚고,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무리한 운항이나 조업에 나서고 있다. 해경 손경호 수색구조팀장은 “최근 인명 피해를 낸 대형 사고는 대부분 운항 부주의 때문”이라며 “항해사를 포함한 선박 운항자의 나이를 제한하거나 건강검진 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인천=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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