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고용공단 ‘비리무마’ 로비 의혹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3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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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확대 기회” 지사에 국회의원 후원금 모금 독려

외부용역 비리로 최근 특감… “궁지 탈출용”지적

노동부 산하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이 조직 확대를 위해 국회의원 후원금을 걷는 등 조직적인 로비를 벌인 정황이 공단에서 전국 지사에 보낸 e메일을 통해 드러났다. 특히 후원금을 걷은 시점이 내부 비리로 노동부 특별감사가 벌어지기 직전에 이뤄져 이를 무마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일고 있다. 공단 본부 및 부산직업능력개발원 등 산하 기관에서는 지난해 하반기(7∼12월)부터 업무추진비 부당집행 등 각종 의혹이 끊이지 않아 현재 노동부와 공단이 5건의 감사를 벌이고 있다.

○ 조직 확대 위해 후원금 모금 지시

9일 동아일보가 단독 입수한 공단 기획관리실장 명의의 e메일에 따르면 공단은 지난해 11월 말 전국 지사 기관장들에게 “이사장님과 이사님들의 인맥으로 (공단) 조직 확대 작업에 시동을 걸었다. 기관장님들도 잘 알겠지만 이런 일은 정공법으로는 안 된다”는 서신을 보냈다. 여기에는 “이 사안(지사 등 조직 확대)이 국회 환노위에서 의결되고 예산결산심의위원회를 거쳐 본회의까지 가려면 갈 길이 멀다. 이분들(국회의원)에게 계속 도움을 받으려면 후원금밖에 없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또 “각 기관장들은 이번 취지를 충분히 2급 상당 직원들에게 설명하고 동참을 부탁해 달라”며 후원금 모금을 독려했다. 공단은 후원금을 본부 기획관리실 송모 직원 계좌로 보낼 것과 e메일 내용이 절대 외부로 유출이 안 되도록 해 달라고 당부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사실관계를 따져봐야 하지만 후원회가 아닌 단체는 후원금 모금의 주체가 될 수 없다”며 “단순 안내가 아닌 모금 행위는 정치자금법 위반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 비리 무마용 의혹도 일어

공단이 후원금을 걷은 시점이 공단 내부 비리에 대해 노동부가 특별감사를 들어가기 직전에 시작됐다는 점. 공단은 1월 14일부터 공단 직원들이 컨설팅 업체와 공모해 허위 보고서를 작성하는 등의 수법으로 10억여 원의 돈을 빼돌린 의혹에 대해 노동부 감사를 받았다. 이 감사는 지난해 말 미래희망연대 정하균 의원의 제보로 시작됐고, 국회 환노위 몇몇 의원실에도 관련 사실이 제보됐다.

노동부가 한나라당 박대해 의원실에 보고한 중간 감사보고에 따르면 공단은 2007년부터 3년간 컨설팅 용역을 특정 업체에 몰아준 것으로 확인됐다. 이 업체는 컨설팅을 아예 하지 않거나 부실 보고서를 제출했음에도 계속해서 용역비를 챙겼다. 이 과정에서 공단 직원들이 상당수 연루된 것으로 확인됐으나 금품 수수는 행정감사의 한계로 아직까지 확인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부 관계자는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당시 공단 이사장에 대한 비리 제보가 잇따르고 국회의원이 노동부에 특별감사를 요청할 정도면 매우 다급한 상황이었을 것”이라며 “표면적으로는 조직 확대를 위한 후원금 모금이지만 돈에 영역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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