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곧 쌍둥이의 아빠가 될 꿈에 부풀어 있었다. 정기검진을 받는 날인 지난달 21일. 갑자기 아내의 혈소판 수치가 떨어졌고 이튿날 오전 8시 반 급히 제왕절개수술을 했다. 꿈에 그리던 아이들이 세상에 나왔지만 아내는 사경을 헤맸다. 급히 응급차를 불러 큰 병원으로 이동하던 중 갑자기 차가 멈춰 섰다. 가까스로 병원에 도착했을 때 아내의 숨은 멎어 있었다.
서울강서경찰서는 산모 김모 씨(36·회사원)가 지난달 22일 쌍둥이를 낳은 뒤 수혈을 하려고 경기 고양시 일산동국대병원으로 이동하던 중 응급차가 고장 나 1시간가량 지체하던 도중 숨졌다고 1일 밝혔다.
○ 임신중독증세 보여 급히 이송 결정
남편인 A 씨(38)의 말에 따르면 이 부부는 시험관시술로 쌍둥이를 가졌다. 하지만 출산예정일을 앞둔 지난달 13일 갑자기 김 씨의 혈소판 수치가 떨어지면서 다리가 붓고 혈압이 높아지는 등 임신중독증세가 나타났고 일주일간 M병원에 입원을 했다. 퇴원 이틀 뒤 김 씨는 다시 병원을 찾았고 이번에는 상태가 심각했다. 결국 22일 제왕절개수술을 받았고 20분 뒤 1분 간격으로 딸 쌍둥이가 태어났다.
출산 후 김 씨의 상황은 더욱 나빠졌다. 산소포화도가 정상인 95% 이상에 훨씬 못 미치는 83%까지 떨어졌고 혈소판 부족으로 자궁이 수축되지 않았다. 병원 측은 가까운 이대목동병원과 고려대구로병원으로 김 씨를 이송하려 했지만 여의치 않아 일산동국대병원으로 가기로 했다.
○ 응급차가 갑자기 멈춰…
병원 소속 응급차는 김 씨 부부를 태우고 오후 1시 10분경 M병원을 출발했다. 하지만 15분을 못 가 지하철 5호선 개화산역을 지나던 중 응급차가 멈춰 섰다. A 씨는 “설상가상으로 차량 내부 의료장치마저 시동에 따라 켜졌다 꺼졌다를 반복했다”고 전했다. A 씨는 “아내의 입에서 거품이 쏟아졌고 얼굴색이 변하면서 손이 차가워졌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오후 1시 36분 119에 구조를 요청해 3분 뒤 구조대가 김 씨를 가까운 이대목동병원으로 옮겼지만 이미 김 씨는 숨을 거둔 상태였다.
유족 측은 병원 측 과실을 주장했다. A 씨는 “응급차가 출발할 때부터 말썽을 일으켰다”며 “응급차 산소호흡장치에 들어있는 액체가 얼어 그걸 난로에 가져가 녹이고 의료진은 산소통을 가져온다며 수술실로 가면서 출발이 10∼15분가량 늦어졌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병원 측은 “산소통을 가지러 갔다는 얘기는 잘못된 주장이며 병원 내 산소통이 부족하지도 않았다”며 “차가 멈췄을 때도 의료기기는 작동했다”고 반박했다.
현재까지 밝혀진 사인은 ‘급성 저혈량성·저산소성 쇼크’와 ‘급성 폐부종’. M병원 홍보실장은 “정확한 사인은 부검을 통해 알 수 있으며 한 달 이상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차량 고장에 대해 “단순한 클러치 고장으로 경찰에서 결함 원인을 조사 중”이라며 “보상 부분은 유족 측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