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교육청 지정 대안교육기관인 가우리학교에서는 일탈 위기에 있는 고교생을 대상으로 인성교육 위주의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 처음 대안교육을 시작한 이 학교 고교3학년생 전원이 수시에 합격했고, 따뜻한 감성의 소유자로 변신하는 성과를 거뒀다. 사진은 스틸자수 교육을 받는 학생들. 사진 제공 인천 가우리학교
인천시교육청이 지정한 대안교육기관인 가우리학교(인천 연수구 연수동)가 28일 ‘1년 성적표’를 발표했다. 정규 학교에서 적응하지 못해 탈락 위기에 놓였던 고교생을 대상으로 올해 처음 실시된 대안교육의 성과 보고회와 함께 학생들의 작품 전시회가 마련된 것이다.
3월부터 가우리학교에 다니기 시작한 고교생은 총 25명. 학교 폭력으로 제적처분 위기에 있거나 심지어 법무부 보호관찰대상자도 일부 포함된 이들은 ‘학업 부적응’ 학생으로 낙인찍혀 이 학교로 쫓겨 오다시피 했으나 이제 대변신을 한 상태였다.
이날 교실 전시장에서 선보인 학생들의 작품은 이 같은 변화를 잘 보여주었다. 플라스틱, 비닐, 종이 등의 재활용품을 이용한 ‘생활아트’ 소품 수십 점과 십자수 작품, 카드, 크리스마스트리가 학생들의 손길로 정성껏 만들어져 있었다.
이 학교 고교 3학년생들은 수시 특별전형에 모두 합격해 경사가 났다. 비록 6명에 불과한 ‘정예 학년’이지만 유아교육, 정보통신, 실내건축디자인학과 등 자기 적성을 살린 전문대에 진학하게 됐다.
총학생회장을 지낸 S 양(18)은 주변에서 놀랄 정도의 모범생으로 변신해 S전문대 외식산업학부에 입학하게 된다. 그는 본적학교인 I여고에 다닐 때 무단결석을 자주 하는 등 학업부적응에 시달렸으나 3월 이 학교로 온 이후 3개월 만에 큰 변화를 보이기 시작했다. 성취도평가에서 90점 이상을 받아 내신등급이 최상위권으로 진입했다. 또 ‘교육사랑21’이 운영하는 ‘향토사랑청소년봉사단’에 가입해 봉사활동을 펼치는 등 뛰어난 리더십을 보여 상장과 포상을 여러 개 받았다.
9월 가우리학교에 온 2학년 K 군(17)은 따돌림 피해를 이기지 못해 가해학생에게 폭력까지 휘두른 전력이 있었으나 이제 따뜻한 감성의 소유자가 됐다. 친구 앞에서 댄스 실력을 유감없이 보여주는 등 자신감 넘치는 생활을 하고 있다. 그는 “학교생활이 너무 즐겁다”며 해맑은 웃음을 지어 보였다.
이 학교에 오는 학생은 먼저 심리안정을 위한 교육부터 받게 된다. 음악치료, 미술치료를 통해 자신의 문제점을 파악한 뒤 레크리에이션, 실용음악, 스킬자수 등 다양한 감성 프로그램을 이수하게 된다. 또 명사초청 향토사랑 교육, 범죄예방교육, 수상안전교육 등의 인성교육도 받는다. 친구 생일에 교실에서 잔치를 열어 주고, 선생님에게 꽃과 편지로 ‘사랑의 마음’을 전달하는 시간도 자주 갖는다.
인천대공원 뒤편의 만의골 논지대에서는 학생들이 고구마를 공동 경작하는 ‘노작체험장’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달 이곳에서 수확한 고구마를 연수구 사할린복지관에서 생활하는 사할린동포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나눠주기도 했다. 이 학교 윤명철 교사는 “염색한 긴 머리와 귀고리를 금지한 학교규정에 못 이겨 불량스러운 모습을 보였던 학생들이 불과 몇 개월 만에 단정한 교복차림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게 신기하다”며 “가우리학교 대기 학생이 고1년생만 10여 명에 이르고 있는 만큼 일탈 위기의 학생을 위한 대안교육기관이 더 많아져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사랑21’(ngo.see21go.or.kr)은 2005년부터 학생봉사활동 대축제, 학교폭력예방 프로그램, 고구려문화탐방 등의 활동을 펼쳐왔고 올해 시교육청 공모를 통해 대안교육 위탁기관으로 선정됐다. ‘가우리’는 ‘세상 가운데 땅’이란 뜻의 우리말이다. 032-810-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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