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인구가 100명이면 20명은 영양실조, 10명은 학교 못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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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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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런, 용돈 모아 그 친구들 도울래요”
굿네이버스 ‘세계시민교육’
청소년 기부 확산 이끌어

비정부기구인 굿네이버스가 7일 서울 은평구 녹번초등학교 4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세계시민교육 현장. 학생들이 저금통을 들고 손으로 하트 모양을 만들고 있다. 박영대 기자
비정부기구인 굿네이버스가 7일 서울 은평구 녹번초등학교 4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세계시민교육 현장. 학생들이 저금통을 들고 손으로 하트 모양을 만들고 있다. 박영대 기자
“65억 지구촌 인구를 100명으로 줄이면 15명은 비만, 20명은 영양실조, 그리고 1명은 굶어죽기 직전이래요. 100명 중 17명은 마실 물조차 없는 곳에서 살고 100명 중 10명은 학교에도 못 가고요. 자, 친구들은 어느 쪽에 속해 있나요?” “저요, 저요.”

7일 서울 은평구 녹번초등학교 4학년 5반 학생 30여 명의 고사리손이 일제히 올라갔다. 이들은 이날 국제구호개발 비정부기구(NGO)인 굿네이버스에서 실시하는 세계시민교육 ‘원하트(One Heart)’ 강의를 들었다. 학생들에게 세계시민으로서의 정체성을 심어줘 ‘나’뿐만 아니라 열악한 환경의 지구촌 이웃들도 ‘우리’로서 함께 행복해야 한다는 마음을 길러주기 위해 진행하는 프로그램이다.

처음에 떠들고 장난치던 학생들의 태도도 돈을 벌기 위해 학교에도 못 가고 힘든 노동을 하거나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고통 받는 지구촌 또래 친구들의 모습이 동영상으로 나오기 시작하자 점점 진지하게 바뀌어 갔다.

김주현 양(10)은 “더러운 물을 마실 수밖에 없는 아프리카 친구들의 모습을 보고 놀랐다”며 “내게 주어진 것들에 감사하며 앞으로는 기부도 많이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교육을 위탁한 학교의 반응도 좋은 편이다. 이 학교 장정윤 교장(60)은 “지난 학기에도 4학년생들이 세계시민교육을 받았는데 교육적 효과가 높다고 판단돼 올해도 교육을 의뢰했다”며 “앞으로 세계시민교육을 받는 학급을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 1993년부터 세계시민 양성

굿네이버스 세계시민교육의 역사는 199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구촌 이웃의 삶을 이해하고 빈곤의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게 돕는 세계시민을 양성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이 프로그램은 교육 첫해에만 6만여 명이 수료한 이래 온라인(www.f5.or.kr)과 오프라인 교육을 통해 17년 동안 약 1000만 명의 학생들이 ‘나눔’을 배웠다.

어린 시절 마음에 심어진 나눔의 싹은 실천으로 꽃을 피웠다. 올해 학교에서 굿네이버스 세계시민교육을 받은 박수연 양(8)은 최근 부모님의 심부름을 부쩍 더 열심히 하게 됐다. 심부름을 하고 받은 용돈을 모아 아프리카 차드에 있는 ‘이삭’ 오빠를 돕기로 했기 때문. 수연 양은 지난해부터 롯데홈쇼핑이 후원하고 굿네이버스가 진행하는 ‘희망편지쓰기 대회’에서 이삭 오빠에게 보내는 편지로 상을 받기도 했다.

개인뿐만 아니라 학교도 세계시민교육을 통해 나눔 운동의 열렬한 후원자로 바뀌기도 한다. 올해 서울 정의여고는 2학기 때 학교축제를 ‘나눔축제’로 진행했는데 바자회를 열어 얻은 수익금을 굿네이버스에 기부했다. 세계시민교육을 받고 난 뒤 한 학급이 해외 아동과 1 대 1 결연을 맺고 학생들이 지각했을 때 거둔 벌금(지각비)을 모아 기부하는 학교도 있다.

○ 나눔 교육으로 기부의 필요성 깨닫게

하지만 세계시민교육에 대한 관심이나 지원은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다. 굿네이버스가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지구촌 현황과 세계시민교육 인식에 관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8.3%가 세계시민교육이 중요하다고 답하면서도 관련 교육을 받은 경험은 응답자의 94.7%가 ‘없다’고 답했다.

굿네이버스 양진옥 나눔사업본부 본부장은 “우리나라 국민 1인당 평균 기부액은 1년에 10만9000원으로 1인당 국내총생산(GDP)의 0.5% 수준에 불과해 미국의 1.7%, 네덜란드 0.9%, 호주와 영국의 0.7%에 크게 못 미친다”며 “나눔 교육을 통해 아이에게 지구촌 반대편의 ‘친구’를 만들어 주는 일은 아이에게 소외된 이웃에 대한 책임감을 길러주고 기부의 필요성을 인식하게 하는 일석이조의 교육적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학교 및 단체 세계시민교육 참여 문의: 굿네이버스 02-6717-4132, www.gni.kr

우정열 기자 passi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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