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수학 평균 95점과 100점 두 초등생의 차이 아시나요?

  • Array
  • 입력 2009년 12월 22일 03시 00분


코멘트

《초등학교 5학년 방모 군(12)은 평균 98, 99점을 유지하는 최상위권이다.
매번 박 군의 발목을 잡는 건 수학. 수학공부를 열심히 하는데도 시험만 보면 꼭 한두 문제씩 틀리니 지켜보는 부모는 애가 탄다. 수학 90점 이상이니 실력이 없는 것도 아닐 텐데, “뭐가 문제냐”고 물으면 방 군은 “나도 모르겠다”는 말만 되풀이 한다. 시험지를 살펴보면 평소 틀린 문제는 시험 때도 꼭 틀린다.
방 군은 ‘세 자리의 자연수 2a3에 626을 더했더니 9b9가 되었다.
9b9가 9의 배수일 때 a+b는 얼마인가’처럼 문제에 임의의 문자가 포함된 경우 이를 어떻게 풀지 몰라 여지없이 틀린다. 서술형 문제에선 정답을 구하고도 풀이과정 중 수식 하나를 빠뜨리거나 ‘=’ ‘-’같은 부호 하나를 빠뜨려 감점 당한다.》

해도 해도 안되는 만점 VS 만점 맛본 아이는 계속 100점… 이유는?

상위권 학생 중 방 군과 같은 문제를 가진 학생이 적지 않다. 실제 초등학교 중간·기말고사 수학시험에서 100점을 맞는 학생은 반에서 1, 2명에 불과하다. 반면 90∼95점을 맞는 상위권 학생은 만점자의 수배에 이른다. 수학 만점 고지에 이르기가 이토록 어려운 이유는 뭘까?

먼저 ‘수학 100점’의 의미부터 살펴보자. 수학 100점은 다른 과목의 100점과는 큰 차이가 있다. 국어, 사회, 과학처럼 문제에 제시된 지문이나 선지에서 정답을 어느 정도 유추할 수 있는 기타 주요과목과는 달리 수학은 △문제를 정확히 이해한 뒤 △문제에 적용할 공식을 콕 짚어낸 다음 △한 치의 실수 없이 계산해 답을 도출해야 한다. 또 정답뿐 아니라 풀이과정, 단위, 기호까지 정확히 적어 내야하는 주관식, 서술형 문제도 부분감점 없이 완벽히 해결해야 만점에 이를 수 있다. 즉, 수학 만점은 ‘문제를 이해한 뒤→수식을 세울 때 필요한 핵심만 뽑아내고→해당 개념과 공식을 선택해→문제에 적용하는’ 수학적 사고력과 더불어 수식을 세우고 계산하는 연산능력이 총체적으로 뒷받침 돼야 가능한 것이다.

그렇다면 수학실력이 우수한 ‘95점’ 학생이 번번이 만점을 놓치는 이유는 뭘까? 수학교육 전문가들은 100점을 맞는 학생과 95점을 맞는 학생 사이에선 ‘문제를 대하는 태도’와 ‘만점에 대한 경험’의 차이가 발견된다고 지적한다.

수학 100점을 맞은 경험이 많은 학생은 수학이란 학문 자체에 대한 자신감이 높다. 낯설거나 고난도 문제가 출제돼도 ‘어느 단원에서 출제된 문제일까’ ‘어떤 개념과 공식을 적용해 풀어야 할까’를 고민하며 일종의 ‘지도’를 머릿속으로 그린다. 대부분의 학생이 어려워하는 ‘문장형 문제’를 예로 들자.



문장형 문제에선 주어진 문장 속에 핵심조건을 찾아 수식을 세우고, 정확한 계산으로 정답을 도출해야 한다. 어려운 문제도 분석하며 푸는 습관을 들인 학생은 먼저 문제가 요구하는 게 ‘4교시 수업이 끝나는 시간’이란 걸 파악한다. 그런 다음 이를 어떤 조건을 이용해 풀 지 계획을 세운다. 문장에 수업 시작시간(9시 10분)과 수업시간(40분×4교시), 쉬는 시간(10분×3회)이 나와 있으므로 각각에 대한 식을 세워 계산한 뒤 모두 더해 답을 찾는 것.

이들은 한 문제를 풀어도 두 가지 이상 다른 방법으로 푼다. 평소 많이 풀어본 문제가 시험에 출제되더라도 대충 훑는 법이 없다. 문장의 첫 머리에선 ‘mm’였던 단위가 ‘정답은 몇 cm인가’처럼 마지막에 바뀌진 않는지, 문제가 요구하는 바를 자기가 정확히 이해했는지 치밀하게 살핀다.

반면 만점을 맞은 경험이 적은 학생은 시험에 낯선 유형의 문제가 나오면 쉽게 당황한다.



이 그림은 두 삼각형이 겹쳐있어 일견 복잡하고 어려워 보이지만 ‘삼각형의 세 각이 합이 180도’라는 기본개념만 알면 충분히 풀 수 있는 문제다. 하지만 문제 자체가 조금 어려워 보이면 쉽게 포기하게 된다.

수학 95점이 이 문제를 포기하는 이유? 자신감 부족 탓이다. 100점을 맞아본 경험이 별로 없어 또 틀릴 것이라 지레 짐작한다.

실수에 민감하지 않는 탓도 크다. 시험에서 꼭 한두 문제씩 틀리는 학생 중엔 문제를 잘못 읽어 틀린 경우가 적지 않다. 자연수의 나눗셈 수식을 주고 ‘나머지를 구하라’는 문제가 나와도 ‘나머지’를 ‘몫’으로 착각해 엉뚱한 답을 쓴다.

문제풀이를 틀렸는데도 단순히 ‘실수했다’며 지나치는 태도도 문제다. 답을 쓸 때 단위나 기호를 빠뜨리거나 계산 실수를 해 정답을 맞히지 못하는데도 ‘이 문제를 어떻게 푸는지 아니까 괜찮아’라고 넘기는데서 성적의 빈틈이 생긴다.

문제는 이런 실수가 실력으로 굳어진다는 데 있다. 수학 교과과정은 ‘수와 연산’ ‘도형’ ‘확률과 통계’와 같은 각 영역이 상급 학년으로 올라가면서 점차 심화되는 구조로 진행된다. 특정 유형의 문제, 단원에서 반복한 실수는 취약 유형 또는 단원이 되기 쉽다. 이렇게 되면 복잡한 단계를 거쳐 문제를 해결해야하는 중·고등학교 땐 취약부분에 발목을 잡혀 상위권에 오르지 못한다.

신학기 수학 만점을 목표로 한 초등학생이라면 다가오는 겨울방학에 철저한 복습으로 성적의 빈틈을 막아야 한다. 복습을 할 땐 1년 간 배운 교과서에서 기본 문제가 아닌 응용·심화문제만 골라 푼다. 평소 자기가 어렵다고 생각한 문제를 푼 뒤 정답을 맞히면 자신감은 쑥쑥 성장한다.

창의·사고력 문제 유형만 모은 문제집이나 영재교육원 선발시험 대비 문제집 한 권을 골라 방학 기간 매일 몇 문제씩 푸는 것도 도움이 된다. 이런 문제집엔 ‘십자가 모양의 도형을 잘라 만들 수 있는 새로운 도형의 모양을 모두 그리시오’ ‘칼, 도마, 주전자를 이용해 만들 수 있는 물건을 적고 그 이유를 쓰시오’처럼 다양한 방법으로 푸는 문제, 정답이 없는 문제가 많다. 이런 문제를 접하면 시험에 신 유형의 문제가 나와도 당황하지 않는 ‘담력’을 키울 수 있다. 또 ‘내가 쓴 답이 정답’이 되는 문제를 풀다보면 자신감도 커진다.

문제를 풀거나 수학 관련 활동을 한 뒤엔 풀이과정이나 결과에 이르게 된 과정을 꼼꼼히 쓴다. 자기가 정리한 내용을 두 번 이상 반복해 보면서 오류가 없는지 검산하는 습관을 들이면 실수를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다.

<도움말: 조경희 시매쓰 수학연구소 소장, 육진선 와이즈만 영재교육연구소 초등 수학 팀장, 이재헌 교원 학습개발팀 수학 팀장>

이혜진 기자 leehj08@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