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무시간 ‘투쟁 머리띠’ 등 불법에 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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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0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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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 전공노 법외노조 분류

공무원 노조 “명백한 탄압… 효력정지 신청낼 것”


정부가 20일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을 법외노조로 분류한 것은 곧 출범할 예정인 통합공무원노조의 설립 허가를 막는 것은 물론이고 공공기관의 불합리한 단체협약을 바로잡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분석된다. 노동부가 전공노를 노동조합법상으로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는 법외노조로 분류한 것에 대해 행정안전부는 “전공노가 사실상 불법단체가 된 것”이라며 국가공무원법을 근거로 단체활동 자체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 강도 높은 정부 대응

이날 행안부는 “정부 방침에 미온적인 기관은 불이익을 받을 것”이라며 “일부 기관이 전공노와 맺은 불법적 관행들도 철저히 조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행안부가 밝힌 ‘불법적 관행’은 △근무시간 중 노조활동 방치 △휴직하지 않은 노조전임자 활동 묵인 △노조활동 금지 직위자의 노조활동 묵인 등을 말한다. 행안부는 전공노가 사실상 불법단체가 됐기 때문에 소속 공무원 5만여 명은 자동 탈퇴된 것으로 간주했다. 또 다음 달 20일까지 각 기관의 전공노 사무실 폐쇄, 조합비 및 후원회비 급여 원천공제 금지, 단체교섭 중지 등의 조치도 취할 예정이다.

그동안 느슨했던 공무원 복무규정도 강화했다. 행안부는 대통령령으로 정해진 공무원 복무규정과 급여규정을 개정해 근무시간에는 정치구호가 담긴 조끼, 머리띠, 완장 착용을 금지하기로 했다. 조합비도 본인이 1년 범위 내에서 서면으로 동의한 경우에만 원천징수가 가능하도록 했다. 행안부 관계자는 “그동안에는 복무규정이 명확치 않아 이 같은 행위만으로는 징계할 수 없었다”며 “통합공무원노조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가입으로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필요성이 요구돼 규정을 개정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 공무원 노사관계 새판 짜기

이번에 나온 정부 조치는 단지 전공노에 대한 설립 허가 취소뿐만 아니라 정부가 추진하는 노사관계선진화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현재 국가기관 및 공공기관의 불합리한 단체협약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이번 조치로 전공노 각 지부가 지금까지 체결한 단체협약은 모두 무효가 됐다. 통합공무원노조가 출범해 새 단체협약을 맺더라도 불합리한 관행이 많았던 기존 단협이 더는 협상의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

이에 따라 12월 출범 예정인 통합공무원노조도 상당히 곤란해졌다. 정부가 해직자를 배제하지 않을 경우 설립을 불허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였기 때문에 통합공무원노조로서는 해직자를 배제하지 않으면 법외노조 상태로 갈 수밖에 없다. 이 경우 또다시 해직자를 양산할 가능성이 높다. 21일은 통합공무원노조 위원장 입후보 마감일. 20일까지는 후보자가 나오지 않은 상태다. 노동계의 한 핵심인사는 “해직자들을 배제하지 않을 경우 새로 선출되는 위원장도 징계로 해직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며 “대부분 안정적인 성향의 공무원들이 해직을 감수하고도 출마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이번 정부 조치에 대해 통합공무원노조는 “인권 침해적인 데다 실효성도 없는 노조탄압 책동”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노조 측은 “앞으로 효력정지가처분 신청을 내는 등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며 강력한 대(對)정부 투쟁을 예고했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이동영 기자 arg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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