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환급된 金부가세 4000억 떼일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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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0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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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金地金 면세 악용 위장거래 입증은 국가 책임”… 작년에 판례 변경
면세 받고 金 사들인 업체가 부가세 거래로 위장
다단계 거친뒤 수출때 환급받은 업자들 4건 승소

‘금지금(金地金) 사건’으로 탈세 혐의가 적발된 금 유통 업자들이 국가를 상대로 세금부과처분 취소를 요구하는 행정소송에서 최근 잇따라 승소해 390억 원의 세금 환수가 수포로 돌아간 것으로 19일 확인됐다. 앞으로 법원의 판례가 바뀌지 않는 한 많게는 4000억 원의 나랏돈이 고스란히 탈세 혐의자들의 호주머니로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 탈세 유죄 업자도 세금소송 이겨

그동안 서울고검은 국세청을 대신해 소송을 맡아 오면서 대부분의 사건을 국가 승소로 이끌어 포탈 세금을 환수해 왔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11일 대법원이 판례를 변경한 뒤 국가가 연이어 패소하고 있으며, 형사재판에서 탈세 혐의가 유죄로 인정된 업자까지 행정소송에서 승소해 국가가 포탈 세금을 환수하지 못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나아가 금지금 유통을 악용한 탈세행위가 법적으로 용인되면 부가가치세 환급을 노리고 수입 가격보다 낮게 금지금을 해외로 수출하는 현상이 되살아나 국부 유출도 예상된다.

금지금 거래를 이용한 부가세 포탈은 ‘금지금 수입→도매업체→폭탄업체→도매업체→금지금 수출’로 이어지는 과정을 통해 이뤄진다. 면세거래 특례로 부가세 없이 금을 사들인 이른바 ‘폭탄업체’는 과세거래로 위장해 부가세를 붙여 도매업자에게 금을 팔아넘긴다. 노숙인 등을 바지사장으로 내세운 폭탄업체는 이후 부가세를 내지 않고 폐업해 버리는 반면 도매업자로부터 금을 사들인 수출업체는 금을 수출하면서 면세제도에 따라 국가로부터 부가세를 환급받는다. 이런 유통과정의 전모를 모르는 국가로서는 폭탄업체로부터 징수되지 않은 부가세를 수출업자에게 환급해줄 수밖에 없다. 이 과정은 관련 업자들의 공모 아래 진행되며 짧게는 서너 시간, 길게는 이틀 만에 끝난다.

○ 판례 변경으로 세금 환수 길 막혀

지난해 대법원이 판례를 변경하기 이전에 확정판결이 난 26건 중 23건은 국가 승소가 확정돼 1417억 원의 포탈 세금이 환수됐다. 그러나 판례 변경 이후 지금까지 4건 연속 국가 패소판결이 확정돼 390억 원을 날렸다. 현재 계류돼 있는 소송은 28건. 변경된 대법원 판례대로 국가가 모두 패소한다면 최대 4306억 원의 ‘나랏돈’ 회수가 불가능해진다.

대법원이 기존 판례를 바꾼 취지는 금 도매업자들이 탈세를 위해 허위 거래를 했다는 점을 국가가 더욱 엄격하게 입증하라는 것. 기존 판례는 △판매가격이 국제시세보다 현저히 낮은 점 △하루 이틀 만에 모든 거래가 이뤄진 점 등 비정상적 거래를 했다는 정황만으로 탈세 목적의 허위 거래라는 것을 인정했다.

정부는 이들 업자간의 거래 내용을 속속들이 확인하기 쉽지 않은 만큼 기존 판례대로 정황증거만 있으면 납세의무자 쪽에서 거래의 진실성을 증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부 관계자는 “바뀐 대법원 판례가 계속 유지되면 세금의 부당한 환급에 따른 재정 손실에도 불구하고 국민 세금을 도둑질하는 행위를 인정할 수밖에 없게 된다”고 말했다.

:금지금:
금괴, 골드바 등 원재료 상태로 순도 99.5% 이상인 금. 부가가치세 과세 대상으로 분류돼 있으나 정부는 2003년 금시장을 양성화하고 수출을 촉진하기 위해 일정 요건을 갖춘 도매상과 수출업체에 부가세를 면세하는 특례제도를 도입했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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