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공익근무… 판정의혹 모두 캔다

  • 입력 2009년 9월 22일 02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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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탈구수술 병원명단 입수
公試응시꾸며 97명 신검 연기
일산署, 기피 혐의 61명 확인
병원측 “우리는 결백” 회견

병역비리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어깨 탈구 수술을 많이 해준 병원 명단을 입수해 조사하는 등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경찰청은 21일 “처음 신체검사 때 현역 입영 판정을 받았으나 이후 다시 신체검사를 받는 과정에서 공익근무요원으로 판정받은 경우를 중점적으로 수사하기로 했다”며 “병무청으로부터 어깨 탈구 수술 사례가 많은 병원의 명단을 넘겨받아 검토 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병역 감면 혹은 면제를 받은 사람들이 많이 이용한 병원의 명단을 병무청을 통해 입수하고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이들 병원에서 수술받은 환자들의 진료 내용 등을 제출받아 분석하고 있다. 강희락 경찰청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수사는 전문적인 영역이 있어서 입증이 쉽지는 않겠지만 수사는 그런 어려움을 깨는 것”이라며 강한 수사 의지를 밝혔다.

신종 ‘환자 바꿔치기 수법’의 병역비리를 수사 중인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브로커 윤모 씨(31)와 함께 공무원시험 대리신청 사이트를 운영했던 또 다른 브로커 차모 씨(31)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차 씨는 2007년 1월부터 올해 7월까지 인터넷에서 ‘병역 연기 사이트’를 운영하면서 97명에게서 모두 9300여만 원을 받고 공무원시험에 허위로 응시하는 수법 등으로 의뢰인들의 신체검사 일정 연기를 도운 혐의를 받고 있다. 메모에서 이름과 주민등록번호가 발견된 유명 가수 A 씨와 관련해 차 씨는 “매니저가 전화로 병역 연기를 문의해 왔을 뿐 다른 부탁은 하지 않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기 고양시 일산경찰서는 병역 기피 의혹을 받고 있는 어깨 탈구 수술환자 203명 가운데 61명의 병역 기피 혐의가 확인됐다고 21일 밝혔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대부분 “병역을 면제받기 위해 어깨 수술을 받았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이날 20여 명을 추가로 불러 조사하는 등 아직 소환하지 않은 수술환자 100여 명에 대한 조사를 이번 주 중 마칠 계획이다. 경찰은 이들을 대상으로 병역 기피를 위해 일부러 어깨를 훼손한 뒤 수술을 받았는지를 확인한 후 수술을 한 서울 강남의 A병원 의료진을 불러 환자들의 병역 기피 의도를 미리 알았는지 조사할 방침이다.

이에 대해 A병원 측은 기자회견을 열고 “병원의 연매출만 300억 원이 넘고 병원장도 어깨 수술 분야에서 세계적인 권위자로 인정받는데 환자들에게 부적절한 수술을 할 이유가 없다”며 “어깨 탈구 수술을 받으러 온 환자들이 병역 기피 의도가 있었다고 해도 병원장 등 의사 3명은 환자들의 의도를 전혀 알 수 없었다”고 밝혔다.

유덕영 기자 firedy@donga.com

고양=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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