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광촌 화순’은 잊어주세요 플루백신 특구로 떴답니다

  • 입력 2009년 9월 22일 02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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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화순군 녹십자 백신 공장 앞에서 17일 이 지역 백신사업 관계자들이 화순을 생명의학 클러스터로 키우려는 의지를 다졌다. 왼쪽부터 정진동 녹십자 생산지원팀 팀장, 안상혁 지식경제부 사무관, 화순군 군정발전기획단 김용성 씨, 한상인 전남 생물의약연구센터 소장, 조민 녹십자 백신본부장, 이재의 나노바이오연구센터 생물방제센터 소장, 전남도 전략사업과 이계명 씨. 사진 제공 녹십자
전남 화순군 녹십자 백신 공장 앞에서 17일 이 지역 백신사업 관계자들이 화순을 생명의학 클러스터로 키우려는 의지를 다졌다. 왼쪽부터 정진동 녹십자 생산지원팀 팀장, 안상혁 지식경제부 사무관, 화순군 군정발전기획단 김용성 씨, 한상인 전남 생물의약연구센터 소장, 조민 녹십자 백신본부장, 이재의 나노바이오연구센터 생물방제센터 소장, 전남도 전략사업과 이계명 씨. 사진 제공 녹십자
전남 화순군 녹십자 백신 공장 안에서 한 직원이 백신 원액을 주사기에 담는 과정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 제공 녹십자
전남 화순군 녹십자 백신 공장 안에서 한 직원이 백신 원액을 주사기에 담는 과정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 제공 녹십자
지자체-기업-지역대학
힘합쳐 ‘녹십자 공장’ 유치
국내외서 투자 요청 쇄도
‘생명의학 클러스터’ 꿈

“화순에 가면 백신을 놔 줍니까….”

요즘 전남 화순군청에는 전화통에 불이 날 정도다. 논밭 한가운데 우뚝 세워진 녹십자의 독감백신 공장 때문이다. 지난해 세워진 이 녹십자 공장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신종 인플루엔자A(H1N1) 백신 생산을 앞두고 있다.

○ 화순의 ‘녹십자 효과’

화순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눈독을 들이고 있었다. 17일 공항에 기자를 마중 나온 한상인 전남 생물의약연구센터 소장은 한국에 백신연구센터를 설립하는 문제를 협상하기 위해 방한한 독일 생명공학 연구기관 ‘프라운호퍼 IME 연구소’ 라이너 피셔 소장을 막 배웅하고 오는 길이었다. 한 소장은 “피셔 소장이 ‘한국에 연구소를 설립해 화순이 면역질환 전문 특구로 발전할 수 있는 기틀을 잡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하며 떠났다”고 전했다.

몇 년 전만 해도 화순은 사람의 발길이 뜸한 폐광촌이었다. 1997년 7만3958명이었던 인구는 10년이 지난 2007년엔 7만2231명으로 오히려 1000여 명 줄었다. 최근 5년간 인구증가율은 약 ―1.0%. 신성장동력이 없으면 화순은 천천히 죽어갈 운명이었다.

화순군 관계자는 “2016년이면 폐광촌에 지원되는 보조금도 중단되기 때문에 살길이 막막했다”며 “무엇을 해서 먹고살지 고민하다 전남지역의 각종 농작물과 해산물이 의약품의 좋은 원료가 될 것이라는 점에 착안했다”고 했다. 화순군 전남도가 생명·의학사업 유치에 총력전을 벌인 게 그 즈음.

학계도 나섰다. 백신사업 유치를 위해 전남대 교수를 주축으로 연구팀이 꾸려졌고 연구원들은 산업자원부(현 지식경제부)와 기업들을 찾아다니며 “원하는 연구개발(R&D)이 무엇인지 말하면 내 전공이라도 바꿔 꼭 해주겠다”고 설득하고 다녔다. 이준행 전남대 의대 교수는 “당시 정부는 물론 업계에서 ‘서울에서 해도 될까 말까 한 일을 무슨 화순에서 하겠다는 거냐’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며 “그때마다 백신의 핵심 원료인 유정란 생산 경험, 청정 환경 등에 대해 브리핑하며 설득했다”고 전했다.

다국적제약사 GSK 등이 관심을 보였지만 번번이 열악한 인프라 때문에 고배를 마셨다. 이 와중에 녹십자가 강한 의지를 보이며 사업자에 응모해 백신사업의 물꼬를 튼 것. 정진동 녹십자 생산지원팀장은 “수도권에서 멀고 고급 인력 유치가 힘들어 화순에 투자하기가 쉽지는 않았다”며 “하지만 워낙 화순군이 독감백신의 대량 생산에 대한 의지가 강했기 때문에 지식경제부와 지자체 지원을 받을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 이제 세계적 클러스터로

화순은 이제 녹십자 공장 지역이란 이미지를 넘어 ‘생명 의학 클러스터’라는 더 큰 꿈을 그리고 있다. 녹십자가 투자를 결정한 2005년 이후 화순에 대한 신뢰도도 높아져 투자 기회가 늘었기 때문이다.

우선 올해 안으로 보건복지가족부와 기업들의 투자로 ‘우수 한약재 유통시설’이 완공돼 전남의 소중한 한약 자원을 관리한다. 2010년에는 의약품의 독성을 검사하는 ‘생물의약 전임상 연구소’ 착공을 추진하고 있다. 광주에 위치한 전남대의 의대와 간호대도 순차적으로 화순으로 이전한다. 전남대 암센터는 이미 클러스터에 입주했다. 전남도 관계자는 “화순의 가능성을 보고 최근 국내 의료기기업체 2곳이 투자를 결정했다”며 “추가 투자를 이끌어 국가를 대표하는 생명 의학 클러스터를 만드는 것이 우리의 꿈”이라고 말했다.

독감백신의 핵심 원료인 유정란도 화순군 춘양면의 ㈜그린팜 농장 양계장에서 공급한다. 남면 ㈜청란의 부화장에서는 부화란을 생산한다. 녹십자 관계자는 “녹십자는 매일 13만5000개의 유정란을 화순 양계장에서 납품받는다”며 “수도권보다 오염이 덜해 유정란 시설의 청결 정도가 한 차원 높다”고 말했다.

녹십자 백신공장 건립으로 생겨난 경제적 효과는 당장 일자리 창출로 나타났다. 지난해 9월 공장 준공 이후에만 화순군 지역주민 120명가량이 고용됐다. 최첨단 기기가 들어선 백신공장의 시험실에서는 우주복 같은 작업복을 입은 직원들이 생산 설비를 점검하고 있었다.

화순=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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