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중간고사 꼭 추석연휴 후에 봐야 하나요”

  • 입력 2009년 9월 21일 07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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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생-학부모들 ‘공부하는 명절 스트레스’ 하소연

충남 홍성군 광천읍에 사는 이모 씨(71·여)는 요즘 속이 상한다. 추석 때 외손녀들을 만날 수 없기 때문이다. 보름 전만 해도 고교생인 외손녀는 “할머니, 이번 추석 때 찾아뵐게요”라고 전화를 했다. 하지만 수포로 돌아갔다. 손녀가 다니는 학교가 추석 연휴 다음 날인 10월 5일부터 중간고사를 치르기 때문. 이 씨는 “손녀들이 산에서 밤 줍는 것을 좋아해 수북이 떨어진 밤을 아직도 줍지 않았다”며 “고교생 손녀를 명절 연휴 동안 집에 홀로 남겨두려면 딸도 불안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전에 사는 손모 씨(49)도 이번 명절에는 자녀들과 함께 고향을 가지 못한다. 역시 명절 연휴 다음 주부터 중간고사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시험도 중요하지만 집안 어른을 뵙는 것도 중요하다”며 동행을 고집했지만 아내가 극구 만류해 부부만 다녀올 예정이다. 손 씨는 “가끔 아들이 컴퓨터에서 야한 동영상을 보던데 연휴 내내 시험공부에만 전념할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국내 유명 인터넷 포털사이트에는 이런 고민에 빠진 학부모, 학생들의 글이 수백 건이나 올라와 있다. ‘추석, 중간고사’라는 검색어를 입력하자 “할머니, 할아버지도 보고 싶고 사촌형들도 만나고 싶은데 시험 때문에 죽을 지경입니다”라는 글이 뜬다. “학교가 원망스럽다”, “교장에게 학부모들이 항의 전화를 하자”는 제안도 여러 건이다. 한 학생은 “우리 집이 큰집이라 많은 친척들이 찾아온다. 학교와 독서실은 문을 닫는데 도대체 어디서 시험공부를 하란 말이냐”고 하소연했다.

한 학부모는 “중간고사 일정은 교장 재량으로 얼마든지 조정이 가능하다”며 “각 시도 교육청이 교육적 차원에서 지침을 내려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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