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플루 백신 없어 11월 접종 차질

  • 입력 2009년 7월 22일 02시 55분


외국제약사 “물량 달려 못줘”
국산 백신 연말에나 나올수도

다국적 제약사들이 최근 신종 인플루엔자A(H1N1) 백신 입찰에 참여하지 않은 데 이어 세계적인 수요 폭증으로 국내에는 연내 공급이 어렵다는 방침을 밝혀 백신 확보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최근 조달청은 노바티스, 글락소스미스클라인, 박스터, 사노피파스퇴르 등 다국적 제약사들을 상대로 백신 경쟁 입찰을 실시했다. 그러나 업체들은 정부가 제시한 도즈(1회 접종분량)당 7000원이 너무 낮다는 이유로 모두 참여하지 않았다. 정부는 2차 입찰의 유찰을 막기 위해 현재 제약사들과 협상을 벌이고 있지만 견해차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제약사들은 외국에서 백신 수요가 폭증하는 바람에 국내에는 내년 2월 이후에야 백신을 공급할 수 있다며 난색을 나타내고 있다.

다국적 제약사들은 백신 가격이 1만5000∼2만 원은 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충분한 임상시험을 거치지 않고 응급 상황에서 공급되는 백신에 대해서는 부작용이 생겨도 면책권을 줄 것을 추가로 요구하고 있다. 이런 점들 때문에 신속하게 2차 입찰을 하려던 정부는 아직 입찰 일정도 잡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백신 역시 8월 말에나 임상시험에 착수할 수 있어 11월 초까지 대량생산이 가능할지 미지수다. ‘녹십자’는 11월 접종 전까지 1000만 도즈(500만 명분·1인당 2회 접종)를 생산한다는 계획이었다. 보통 임상시험이 끝나고 제품을 출시하기까지 6개월∼1년이 걸리지만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최소한의 안전성 검사만 요구하는 신속심사로 11월 전에 허가를 낸다는 방침이다.

그렇지만 식약청은 아직 ‘신속심사’ 기준조차 마련하지 못했다. 신종플루처럼 ‘대유행 백신(pandemic vaccine)’은 유사한 바이러스로 만든 ‘모형 백신(mock-up vaccine)’이 있어야 하지만 기준을 삼을 백신이 없기 때문이다. ‘모형 백신’이 있으면 안전성검사나 독성검사를 생략하고 바로 임상시험에 들어갈 수 있으며 임상시험도 마지막 3상 단계로 뛰어넘을 수 있다. 보건당국 관계자는 “3주 간격으로 2회 백신을 접종해야 효과를 확인할 수 있으므로 임상시험과 동시에 심사를 진행해도 최종 제품 생산은 연말쯤 돼야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재희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이 14일 방미 중 캐슬린 시벨리어스 미국 보건장관에게 세포배양 백신 기술 교류를 요청한 것도 대규모 백신 공급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유정란 1개로 백신 1개를 생산할 수 있는 현재 생산 방식과 달리 세포배양 기술은 유전체 기법을 활용해 생산량을 수십 배까지 늘릴 수 있다. 한편 정부는 21일 총리실 주재로 관계부처 회의를 열고 전염병 위기 경보를 ‘주의’에서 ‘경계’로 한 단계 격상하고 복지부 중앙인플루엔자대책본부와 별도로 시도와 시군구별로 인플루엔자대책본부를 구성해 운영키로 했다.

WHO “사망자 700명 돌파”

세계보건기구(WHO)는 21일(현지 시간) 세계에서 신종 플루로 사망한 사람이 700명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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