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신종플루 신고 규정위반

  • 입력 2009년 6월 17일 03시 00분


소속의사 감염 의심 6일동안 보건당국에 안 알려

진단도 음성→양성 갈팡질팡… 질병본부 “음성” 확인

신종 인플루엔자A(H1N1) 국내 첫 의료인 감염자가 하루 만에 비감염자로 바뀌는 해프닝이 연출됐다. 일부 언론에 의해 신종 인플루엔자 국내 첫 의료인 감염자로 지목된 서울대병원의 소화기내과 전문의 A 씨(33·여)가 보건당국의 검사결과 음성으로 판명 난 것이다. A 씨는 15일 서울대병원 자체 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았고 일부 언론은 이를 근거로 보건당국의 확인 절차 없이 환자로 규정해 보도했다.

최근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학회에 참가했다 7일 입국한 A 씨는 10일 오후부터 인후통과 콧물 증상이 나타났다. A 씨는 자신이 근무하는 서울대병원에서 자체 간이검사를 했고, 결과는 음성이었다. 병원 측은 혹시 모를 감염을 의심해 A 씨에게 일주일간 쉴 것을 권했다.

그 후 증상이 더 나빠진 A 씨의 요청으로 서울대병원은 12일 리얼타임 역전사-중합효소연쇄반응(RT-PCR) 검사를 했다. 15일 오전 검사결과가 나왔고, 이번에는 양성 판정을 받았다. 서울대병원은 뒤늦게 질병관리본부에 환자 발생 신고를 했고, 질병관리본부는 A 씨의 가검물을 채취해 분석한 결과 16일 음성 판정을 내렸다.

전병률 질병관리본부 전염병대응센터장은 “서울대병원과 같은 방식으로 검사했지만 바이러스는 발견되지 않았다”며 “A 씨는 현재 별 증상이 없으며 사전예방 조치 차원에서 잠복기인 일주일간 자택 격리키로 했다”고 말했다. 전 센터장은 “다만 검체 채취 시기가 12일과 15일로, 3일의 차이가 있어 결과가 다르게 나타났을 수도 있고, 서울대병원의 검사에서 오류가 생겼을 수도 있다”며 “12일 당시의 검체를 확보해 재검사를 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만약 이 검사에서 바이러스가 발견되면 A 씨는 3일 사이에 신종 인플루엔자에 걸렸다가 저절로 나은 셈이 된다.

한편 신종 인플루엔자 의심 환자가 발생했는데 보건당국에 신고하지 않은 서울대병원의 처신에 대한 비난이 거세다. 현행 전염병예방법에 따르면 의료기관은 법정전염병 감염이 의심되는 환자가 발생하면 즉각 보건당국에 신고해야 한다. 이를 어기면 담당의사는 검찰에 고발되고 2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물어야 한다. 이 규정을 국립대병원인 서울대병원이 지키지 않은 것이다.

A 씨의 최초 증상이 나타난 것은 10일이다. 서울대병원이 보건당국에 신고한 시점은 15일 오후다. 무려 6일간 신종 인플루엔자 의심 환자 발생 사실을 숨긴 셈이다. 서울대병원은 이에 대해 “A 씨가 신종 인플루엔자의 대표적 증상인 고열이 없었기 때문에 감염됐을 거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했다”고 해명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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