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자녀 학교에 공부 잘하는 한국학생들 보내줄순 없나”

  • 입력 2009년 5월 20일 02시 58분


주한美사령관, 安교육 방문 돌발 제안
교과부 “윈윈… 긍정 검토”

지난달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실에 미군 장성 한 명이 찾아왔다. 월터 샤프 주한미군사령관이었다. 그는 안병만 교과부 장관에게 “미군 장병의 자녀들이 한국 아이들과 함께 학교를 다닐 방법이 없겠느냐”고 물었다.

주한미군은 전국의 미군 기지가 통합 이전될 경기 평택기지에 2020년까지 초중고교 18개를 세울 계획이다. 주한미군의 근무기간이 1년에서 2, 3년으로 연장됨에 따라 가족을 동반하는 미군이 크게 늘어나면서 가족 수도 1만4000여 명으로 지금보다 1만 명 이상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 샤프 사령관의 질문은 이들 학교에 한국 학생들도 다닐 수 있게 해달라는 부탁이었다.

샤프 사령관의 제안에 교과부 고위 관계자는 19일 “각종 국제대회에서 상을 휩쓰는 등 세계 최고 수준의 학습 능력을 보이고 있는 한국 학생들과 함께 공부시키면 미군 자녀들도 학습 효과가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된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샤프 사령관은 안 장관을 만난 뒤 경기도청에서 열린 강연에 참석해 “미군 자녀들의 교육 준비를 갖추기 위해 한국 정부 고위급들과 심도 있게 논의 중이며 서로 윈-윈 하는 방안이 도출되길 바란다”고 말하기도 했다.

교과부도 긍정적이다. 교과부 관계자는 “한국 학생들이 미군기지 내 학교에서 미국 학생들과 함께 수업을 들으면 굳이 미국에 가지 않아도 조기 유학 효과를 얻을 수 있는 만큼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경기도는 평택기지에 설립되는 학교의 설립 비용 중 일부를 투자 방식으로 부담하는 대신 이들 학교에 경기지역 학생들을 일정 비율 입학시키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현두 기자 ruch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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