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SCHOOL DIARY]중고생이 목숨 거는 패션 핫 아이템

  • 입력 2009년 5월 19일 02시 55분


‘알록달록 스키니진, 플랫슈즈, 명품지갑…’

기다리던 초등학교 동창회를 맞아 ‘꽃단장’을 시작한 서울의 한 공업고등학교 3학년 이모 양(18). 새하얀 반팔티셔츠에 날씬한 허리를 강조하는 남색 미니원피스를 입고, 신발장 구석에 있던 높이 12cm의 하이힐을 꺼내 신었다. 이젠 스타킹 차례. ‘오픈 토 슈즈’(신발 코가 열려 발가락이 보이는 샌들)에 스타킹을 신으면 영 답답해 보일 거란 생각. 이럴 땐 ‘스프레이 스타킹’(맨다리에 파운데이션 스프레이를 뿌려 마치 스타킹을 신은 듯한 효과를 내는 것)이 제격이다. 뿌리는 스타킹을 맨다리에 분사하고 펴 바르니 은은한 커피색이 번지며 윤기가 났다. 전기파마기로 TV 드라마 ‘내조의 여왕’에 나오는 여배우 김남주 스타일의 ‘물결펌’(머리카락을 물결 모양으로 구부리는 헤어스타일)을 만들고, 지름 4cm의 국화꽃 모양 포인트 반지로 오늘의 코디 완성.

고2 정모 군(17·서울 강남구 삼성동)은 청바지에 ‘목숨 건’ 스타일. 한 벌에 30만∼40만원 인 수입브랜드 D사, A사 청바지를 좋아한다. 허벅지 바지통이 종아리 부분만큼 좁고, 발목까지 더욱 좁아지는 ‘스키니진’, 허벅지부터 발목까지 바지통이 전체적으로 넉넉한 ‘배기 청바지’, 무릎에서 밑단까지 서서히 넓어지는 ‘부츠컷 진’까지 유행하는 종류별 청바지를 모두 가지고 있다. 청바지 가격이 좀 부담스럽지 않을까? 정 군은 “더 오래 입고, 수선도 가능하기 때문에 엄마가 더 브랜드를 따진다”고 말했다.

고2 박모 양(16·경기 안양시)은 한 달 용돈 15만 원을 모조리 옷 사는 데 쓴다. 생활이 쪼들려도 ‘옷 사랑’은 막을 수 없다. 박 양이 귀띔하는 알뜰 쇼핑 노하우.

예를 들어 서울에서 ‘플랫슈즈’(뒷굽이 거의 없는 낮고 평평한 여성 신발)를 산다면? 첫째, 백화점이나 쇼핑몰, 홍익대, 대학로 등 숍이 모여 있는 패션 거리에서 트렌드를 읽는다. 둘째, 집으로 돌아와 인터넷 검색창이나 인터넷 카페에서 ‘플랫슈즈’로 검색한다. 셋째, 많은 누리꾼이 추천한 인터넷 쇼핑몰을 둘러본다(개인이 운영하는 쇼핑몰일수록 좀 비싸게 받는다는 것이 다수의 경험을 통해 터득한 사실). 넷째, 개인 쇼핑몰에서 발견한 맘에 드는 디자인의 신발을 ‘옥션’, ‘G마켓’, ‘11번가’ 등 대규모 인터넷 쇼핑몰에서 다시 검색해 가격을 비교한다.

이런 방법으로 박 양은 얼마 전 매장에서 12만 원이었던 구두를 인터넷 쇼핑몰에서 1만8000원에 샀다고 자랑했다. 제품 하나를 구입하는 데 걸린 시간은 평균 2시간. 박 양은 이 시간이 하나도 아깝지 않다.

여학생들은 인기를 끈 드라마 여주인공의 패션이나 인터넷 ‘얼짱’(얼굴이 예쁘거나 잘생긴 사람)의 스타일에 열광한다. 2004년엔 드라마 ‘풀 하우스’의 여주인공 송혜교가 입고 나온 물방울 무늬 티셔츠와 깜찍한 볼레로(조끼 같은 상의)가 유행이었고, 지난해엔 한 인터넷 여자 얼짱이 입었던 빈티지 청바지(구제 청바지)가 큰 인기를 끌었다. 이 바지는 일부러 허리춤을 내려 입어 속옷이 살짝 보이도록 하는 게 유행이었는데, 이런 유행을 타고 한 외국 유명 브랜드 속옷도 함께 인기를 끌었다.

“올봄은 아시죠? 그룹 ‘소녀시대’가 입고 나왔던 알록달록한 스키니 진에 흰 티셔츠, 그리고 굽이 거의 없는 플랫슈즈요. 애들이 색깔별로 스키니 진 3, 4개씩은 모두 가지고 있을 걸요?”(박 양)

명품 지갑, 가방에 대한 인기는 꾸준히 높다. 여학생들에 따르면 반 30명 중 20명 이상은 10만 원 이상 하는 브랜드지갑을 하나씩 갖고 있다. ‘샤넬’ ‘구찌’ ‘루이비통’처럼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명품을 갖고 다니는 여학생들은 보통 엄마의 물건을 달라고 해 이를 들고 다니며 과시하는 경우가 많다고. 동대문이나 남대문시장에서 20만∼30만 원을 주고 사는 ‘A급 짝퉁’은 막상 열어보면 전부 들통 나기 때문에 일부 학생들은 ‘진품’을 살 돈을 마련하려고 알바(아르바이트) 전선에 나서기도 한다.

명품 지갑은 남학생들의 꿈이기도 하다. 한 남학생은 “중국집, 피자집, 치킨집에서 오토바이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면 한 달에 70만 원가량을 벌어요”라면서 “두세 달 죽어라 모아 90만 원, 100만 원짜리 명품 지갑을 사면 어깨에 힘주고 다닐 수 있잖아요”라고 말했다.

봉아름 기자 er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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